[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박근혜 정부의 2기 내각 인사청문회가 본격화된 가운데 정부 부처가 장관 후보자 비리 의혹 해명에까지 나서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각 부처는 후보자의 비리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해명자료', '참고자료'는 물론 심지어는 일부 검증되지 않은 성명서마저 배포하고 있다.
이에 정부 부처는 "법규 상 후보자 지원 업무에 해당돼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정부가 후보자 의견만을 여과 없이 해명하는 것도 많아 도덕성과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후보자의 개인 신상에 관한 사항은 후보자가 직접 해명하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례로 지난달 30일 교육부는 기자실을 통해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연구 윤리 논란과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성명서 작성자는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교육행정전공 대표를 비롯, 7명의 제자들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후보자는) 교수로 재직중인 내내 제대로 된 양복 한벌, 고급 승용차도 없이 청렴하게 봉직했다"며 "부장관 후보자로 선택된 것은 이 시대, 이 사회, 우리나라 미래 역사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이 성명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는 담지 않고 칭송과 탄원으로 일관했다. 이는 여러 제자들이 지금껏 제기한 것과는 판이한 내용이다.
앞서 교육부는 학위 논문 학술지 중복게재, 제자 논문 표절 문제가 터져 나온 23일 두차례에 걸쳐 해명자료를 낸데 이어 24일에도 교원대 해명 내용을 보도한 지방신문 기사를 '참고자료'라고 배포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례는 다른 부처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15일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음주 운전' 파문이 보도되자 즉각 해명자료를 내놨다. 안전행정부 역시 25일 정종섭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목적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이처럼 정부 부처가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및 연구비 부정, 세금 탈세, 위장 전입. 군 복무 특혜 등 청문회 대상자들의 각종 의혹 해명을 쏟아내고 있다.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 준비 지원은 법규 상 "국가기관은 공직후보자에게 인사청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이뤄진다. 즉 현행 인사청문회법 상 준비 지원 범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 해당 조항은 인사청문회 공무원 불법 논란이 거세지면서 2010년 5월 신설됐다. 따라서 정부 부처의 후보자 개인 부정 비리 의혹 해명은 지원 범위를 넘어선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자 개인 의혹에 대해 정부 부처가 해명하는 것은 과잉 지원이며 행정력이 방어하는 꼴"이라며 "개인 비리와 제기된 문제는 후보자가 직접 해명하고 검증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장관 등 공직 후보자 청문회 준비가 시작되면 부처별로 감사실, 행정지원과, 대변인실, 기획조정실 직원 등 5∼10명 가량 '행정지원단' 성격의 TF팀이 구성된다. 행정지원단은 현행 20일의 국회 인사청문 기간 동안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한다. 또한 각종 재산관계 및 이력 등의 내용이 담긴 청문요청서를 작성한다. 그러나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휩싸일 때마다 청문 업무는 뒷전이기 일쑤다. 해명에 급급해서다. 해명은 후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담는 경우도 많다. 현재 지원단에 파견, 활동중인 한 부처 공무원은 "국회의원 중에는 20년치 카드 내역서 제출 등 별의별 자료를 요청하는 이들도 많아 준비기간 동안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못할 지경"이라며 "심지어는 언론 대응, 해명 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에 "공무원의 청문 지원 업무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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