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 손선희 기자]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계기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당은 과도한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을 피하기 위해 도덕성에 관한 부분은 별도로 떼어 비공개로 청문회를 진행하는 투트랙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여론을 통한 검증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맞서고 있다. 여론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가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인사청문회에 앞서) 신상털기식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까 곤혹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며 "인사청문회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야당과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26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와 같은 인사청문 제도를 가진 국가는 미국과 필리핀 정도이며 중남미 국가에서 변형된 청문회 제도가 있지만 장관은 (청문 대상이) 아니고 청장 정도만 하고 있다"며 "우리는 총리 인사청문회의 경우 13년간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 문제점을 보완하고 청문회 본래 취지에 맞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호통 치는 '망신주기식' 청문회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고위공직을 기피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신상털기 관행이 계속되는 한 (인사청문회는) 자질과 능력을 정확히 검증하는 자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신상문제와 도덕성 검증은 인사청문회 이전에 비공개로 검증하고 그 이후에 업무수행 능력 검증을 공개적으로 하는 이원화(투트랙) 방안을 여야가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회 투트랙을 골자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강은희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은 현재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도덕성 검증을 위한 제1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제2인사청문회로 이원화 하되 제1인사청문회는 비공개를, 제2인사청문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에서는 도덕성 검증이 비공개가 되면 여론에 의한 신상털기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국민의 알 권리와 공직후보자의 사생활 보호 필요성이 충돌하고 있어 향후 여야 간 쟁점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야당은 오히려 인사청문회 전 언론과 여론에 의한 사전검증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청문회 전의 검증은 너무나도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자 고위공직자의 임무"라면서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의장 후보자였던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언론과 여론의 사전 검증과정에서 결국 청문회 전에 후보직을 고사한 바 있다"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미국은 보통 2~3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사전검증을 통과해야만 정부의 국무위원 후보로 지명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유리알 검증이 국민이 정부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게 하는 요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미국의 경우 사회시스템 자체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잘 돼 있고, 인사청문회를 200년 정도 운영해온 미국과 10여년이 안된 우리나라를 동일한 출발점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인사청문회가)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로 진행되고 있어 과연 이러한 방법이 올바른 인사 검증이냐를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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