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때문에 희비 엇갈린 금융권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박미주 기자, 구채은 기자]동부제철에 대한 채권관 공동관리(자율협약)로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새 국면을 맞게 되면서 은행권과 유가증권 및 회사채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동부그룹 회사채 가격은 폭락했다.
◆건설업종 등 A등급 회사채 투자심리 악영향=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동부제철 172호 채권 거래가격은 1만150원에서 9200원으로 9.36% 급락했다. 만기는 다음 달 5일로 가격이 떨어지며 연 수익률은 17.931%에서 363.280%로 폭등했다. 거래량은 급증하며 장내 채권시장에서만 10억1900만원어치가 거래됐다. 동부건설 257호 가격은 19.68%, 동부CNI 141호는 15.00% 각각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동부그룹의 경우 유동성이 좋지 않다는 것을 시장에서 인지한 상태라 전체 회사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업황이 안 좋은 건설·철강·조선·해운업종에 속한 A등급 회사채의 투자심리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A급 중 건설·철강·조선·해운업종 회사채처럼 그동안 스프레드가 벌어져 있던 것들은 불안감이 커지며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부 불똥 은행까지 튀나= 은행권은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여부에 따라 대손충당금 부담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자율협약이 체결되더라도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은 연간 순이익 전망의 0.3%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기존 여신은 '정상'이었으나 자율협약에 돌입할 경우 여신 건전성이 '요주의'로 한 단계 낮아지게 되며 충당금 적립률은 0.85%에서 7%로 높아진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 중 대출채권이 가장 많은 하나은행의 경우 65억원에 그칠 것”이라며 “당사 분석대상 은행 기준으로는 동부건설, 동부하이텍까지 포함하더라도 충당금 부담이 약 226억원(대손준비금 포함)으로 연간 순이익 전망의 0.3%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협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만약 동부그룹이 자율협약 수용을 거부할 경우 금융권의 동부그룹 채권 만기 연장 거부로 워크아웃으로 직행하게 된다”면서 “워크아웃일 경우 최하 두 단계 낮은 '고정 이하' 여신으로 떨어지게 돼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인수 포기 포스코는 안도=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수를 포기하면서 동부그룹주와 상반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동부그룹주는 매각무산과 신용등급 악재가 겹쳐 줄줄이 급락하고 있는 반면 포스코는 악재 해소로 강세다.
이날 오전 9시25분 현재 포스코는 전일 대비 4000원(1.37%) 오른 29만6500원을 기록 중이다.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 중단을 결정한 전일 0.17% 상승한데 이어 이틀 연속 상승하며 30만원 선을 넘보고 있다. 반면 동부그룹주는 전일에 이어 동반 폭락하고 있다. 동부제철이 13.43% 급락 중이고 동부CNI는 6.1%, 동부건설은 10.93% 하락했다. 이 밖에 동부증권과 동부하이텍도 각각 1.52%, 4.76% 빠졌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