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동양사태에서 보듯 위험투자를 피하라는 시장의 경고가 높다. 특히 증시가 안 좋을수록 오히려 유보율이 높은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투자보다는 현금 쌓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중 7곳은 지난 3월말 기준 유보율이 전년 동기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수치인 유보율이 올랐다는 것은 잉여금을 투자나 배당 등에 지출하지 않고 쟁여 두고 있다는 의미다.
업체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유보율 1547.5%로 가장 높았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이 각각 1조3000억원대로 다른 증권사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유보율이 전년 동기보다 21.7%포인트 오른 945.2%로 1000%에 육박했다. 하나대투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유보율이 각각 782.0%, 723.9%로 20.8%포인트, 5.5%포인트씩 올랐다. 업계를 선도해야 할 대형사들이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늘 비용과 수입을 비교해 가며 움직이는 곳이다. 들어가는 직간접비용이 낮아지고 기대수입이 높아지면 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가 이뤄진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투자가 안되면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는 제도적·사회적 장벽을 없애야 된다.
증권사들도 언제까지 정부와 시장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시장의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은 참가자들이다. 더군다나 증권사들은 단순 참가자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주도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최근 몇년간 증권사들이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증시 불황 탓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편향된 수익구조도 이 같은 어려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제라도 증권사들이 내부에 돈을 쌓아 두고 시장의 눈치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발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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