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첸, 국내 스타트업 120개사 함께 오픈포럼
"창업 이후 피봇 시점에 대한 판단 중요"
야후·구글 이틀 간격 매각 협상 뒷얘기도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로 성장할 스타트업이 이곳 아시아에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공동창업자 스티브 첸은 18일 오후 7시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혁신을 향한 열정'이라는 주제의 오픈포럼에서 유튜브 창업 계기와 그 이후의 여정에 대해 풀어놨다.
첸은 "유튜브를 구상할 당시 온라인에서 텍스트·사진 다음으로 전송될 수 있는 미디어가 동영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유튜브는 완전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닌 가용 가능한 기술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신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싶으면 모두가 미쳤다고 해도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이라는 굳은 확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기업가라면 자신의 프로젝트(아이디어)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을 잡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창업해 현재까지 가장 중요한 사건은 1, 2차 펀딩을 받고, 구글에 매각을 결정했던 시점이었다. 첸은 "급속하게 성장하는 유튜브를 더 발전시킬 기술과 전문성이 부족했는데 구글의 다양한 인프라와 자원들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구글에 인수되지 않았으면 지금의 유튜브 서비스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을 추진할 당시 야후·구글과 동시에 매각 협상을 진행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첸은 "이틀 간격으로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제리 양 야후 CEO를 만났고, 어느 쪽이 더 적합한 파트너일지에 대해 고민했다"면서 "당시 야후도 성공한 기업이었지만, 수직계열화된 '미디어 회사'에 가까웠고, 구글은 직원 대부분이 박사 출신의 개발자인 '기술 기업'이라 구글에 더 끌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첫 직장인 페이팔 직장동료인 체드 헐리와 함께 2005년 유튜브를 공동 창업한 첸은 2006년 구글에 16억5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에 매각했다. 2009년 구글을 떠나 개인 온라인 잡지 플랫폼인 '아보스'와 동영상 공유 서비스 '믹스비트' 등을 창업한 뒤 최근 구글에 다시 합류해 구글 벤처스 EIR(사내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첸은 "유튜브의 뒤를 이을 성공 비법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몇 개월 안에는 윤곽이 잡히기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다음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한다. 이 방에서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창업할 당시인 2005년과 비교해 지금은 진입장벽도 낮아졌고 시장에 자금도 충분하지만 가용한 자본이 있더라도 무엇을 빌드할지에 충분히 생각하고 자금을 유치에 나서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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