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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대한민국]'산업 월드컵' 소프트웨어 강자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30초

폰 쓰는 일본인 절반은 '라인'쓴다
동북아 거점 딛고 글로벌 활약
'메이플스토리 껌' 철저한 현지화로 경쟁 이겨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1994년 불모지 같던 국내 게임산업 환경 속에서 온라인 게임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한 넥슨. 처녀작인 '바람의 나라'가 국내서 성공한 후 김정주 대표는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1997년 그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실리콘밸리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차리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 초창기 콧대 높았던 미국 시장은 넘지 못할 벽이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혀 결국 1년 만에 철수를 결심했다. '메이플스토리'가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넥슨의 해외 도전은 다시 불이 붙었다. 2002년 일본, 2005년 미국, 2007년 유럽에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시장을 개척했다. 2006년엔 2449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조81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서 벌어들이는 명실공히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했다. 칠전팔기 정신이 지금의 넥슨을 만든 셈이다.

# 지난달 21일 오후 홍콩 코즈웨이 베이에 위치한 종합쇼핑센터 '하이산플레이스'. 해외 첫 팝업스토어인 이곳에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대표 캐릭터 브라우니, 코니 등이 건물 2층 높이로 설치됐다. 오픈 당일 하이산 플레이스는 최다 모객 인원수 기록했다. "라인 캐릭터 상품 때문에 왔다"며 모여든 홍콩사람들만 수천명이었다. 이들은 라인 캐릭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연일 줄을 서서 대기했다. 홍콩에서 라인의 인기는 지하철만 타봐도 실감할 수 있다. 홍콩 지하철인 MTR에는 라인 캐릭터가 벽면에 가득 부착돼 있다. 라인 이미지가 입혀진 옥토퍼스 카드(홍콩 교통카드 겸 다목적 카드)도 출시되자마자 전량 매진되는 등 홍콩사람들의 라인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뜨겁다.


온라인 게임,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대한민국 대표들의 글로벌 활약이 눈부시다. 한국과 일본 동북아 거점을 넘어 동남아ㆍ북미ㆍ유럽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본 시장을 석권한 라인은 이달 초 글로벌 사용자 4억5000만명을 확보하면서 와츠앱(5억명), 위챗(6억명)에 이은 글로벌 3대 메신저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인터넷ㆍ소프트웨어로 국부를 창출하는 시대 'SW비주류'의 설움을 씻고 'SW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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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는 SW는 단연, 온라인 게임이다. 1994년 12월 설립된 넥슨의 첫 작품 '바람의나라'가 그 시작이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으로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온라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1999년 '퀴즈퀴즈(현 큐플레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부분유료화 모델은 국내외 게임사들에게 '혁신'으로 꼽힌다. 넥슨은 부분유료화 모델을 기반으로 지난해 약 1조814억원을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며, 전체 매출의 약 66%를 외화로 달성했다.


하지만 이들이 거둔 성공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한국에서와 같은 콘텐츠나 마케팅이 타국에서는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었다. 넥슨은 지난 2007년부터 롯데를 통해 일본에 '메이플스토리 껌'을 선보였다.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상품을 통해 게임을 알리는 현지화 전략의 하나였다.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2007년 메이플스토리를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방영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5%대의 시청률로 또 한번 화제를 낳았다. 메이플스토리는 이같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일본에서 330만명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넥슨의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는 일본에서도 통하는 브랜드가 됐다. 일본 게임시장에서는 아케이드게임과 비디오게임이 대세지만 넥슨의 현지화 전략이 일본인들의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네이버가 일본 시장을 사로잡은 것도 현지화 전략이 숨어있다. 2011년 3월 이해진 의장은 출장차 일본에 머물고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직후였다. 망 부하로 통화가 원활하지 않아 이재민들이 가족들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 밖에 없었다. 트위터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지인들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 의장은 라인의 밑그림을 그렸다. 당시 검색 개발자였던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를 비롯해 10명 남짓한 개발진이 일본 사무실에 모여 밤낮으로 개발에만 몰두했다. 같은해 4월에 개발에 착수해 한달 여만에 서비스가 완성됐다.


라인은 기능에만 충실한 다른 메신저와 달리 디자인과 아기자기함에 집중했다. 귀여운 캐릭터와 스티커 등 콘텐츠들이 20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사용자 층을 넓어졌다. 현지 문화를 서비스에 적용해 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현재 일본 휴대폰 사용자(약 1억명) 중 절반인 5000만명이 라인을 쓰고 있다. 라인은 일본 성과를 바탕으로 동남아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멕시코,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중남미 사용자 유입이 빨라지고 있다.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국가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스페인, 멕시코 등 10개국에 달한다.


또다른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도 유럽시장에서 SW한류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26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시티 스타디움.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맨체스터시티와의 홈경기 전광판에는 노란색 카카오톡 로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카오톡, 무료 전화, 무료 문자, 무료 다운로드(Kakao Talk, Free Calls, Free Texts, Free Download)'라는 문구는 펜스 광고판에 실려 경기 내내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이날 경기를 뛴 카디프시티 선수단이 착용한 벤치용 저지(유니폼)에도 카카오톡 로고가 부착돼 있었다. 이번 광고는 카카오톡의 말레이시아 사업 파트너사인 프렌스터의 모기업 버자야그룹이 진행했다. 탄 스리 빈센트 탄 버자야 그룹 회장이 카디프시티 구단주로, 카카오톡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실린 것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이 만만하지 않다"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시가총액 7~8배 규모의 페이스북(약162조원)과 중국 텐센트(약140조원)를 등에 업은 와츠앱과 위챗이라는 강자가 버티고 있다"며 "자본력에서 크게 밀린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사들은 국내에서는 셧다운제 등 정부 규제 때문에 사업이 위축되고 있는데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온라인 게임이나 라인 등 SW산업의 글로벌 성공은 긍정적이지만 자본력에서는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에 밀린다"면서 "소프트웨어가 생산수단이 되는 시대를 위한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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