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커 국회 문턱을 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가장 큰 고민은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다. 당 지도부가 나서 "적격, 부적격 여부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가려보자"고 설득하고 있지만 청문회 뒤 본회의 표결에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는 149석으로 국회 과반 의석(143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문 후보자가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 분위기를 보면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만일 여당 내에서 반대표가 6표 이상 나올 경우 문 후보자에 대한 인준 동의안은 부결된다.
문제는 이미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새누리당 의원만 해도 6명이 넘는다. 지난 12일 김상민 의원을 포함한 초선 6명 의원은 성명을 내고 공개적으로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 외에도 회견에 동참하려는 초선 의원이 더 있었지만 이완구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면서 성명에 참여한 의원은 6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권에 도전한 이인제 의원과 비주류인 이재오 의원까지 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라 이미 과반 의석 확보는 무너진 셈이다. 현재 상황에서 표결을 진행할 경우 문 후보자 인준 동의안은 통과될 수 없다.
본회의 표결까지 가는 과정도 험로가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하던 야당이 돌연 청문 참여로 돌아선 것도 적잖이 신경쓰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저격수로 꼽히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이미 발등에 불은 떨어졌다.
만일 박 의원이 위원장 직권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경우 상황은 더 꼬일 수 있다. 이미 박 의원은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 개인적으로 청문회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 후보자가 청문회에 서면) 후안무치하고 파렴치한 언행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 결국 지명 철회를 하고 사퇴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청문회를 하자는 주의"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더 큰 고민은 퇴로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문창극 총리 카드'를 버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논란을 끌고가기엔 당에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당내에선 문 후보자 논란이 6ㆍ4 지방선거 연장전인 7ㆍ30 재ㆍ보궐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문 후보자에 대해 병역특혜 논란과 거짓 해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어 새누리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반대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16일 반대 기류가 큰 초선 의원 13명과 오찬을 함께 한 데 이어 17일에는 비례대표 의원 18명과 조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상황이 쉽지 않다. 어렵다"고 말하며 지원을 당부했다. 그러나 당론 투표가 어려워 당 지도부의 표 단속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이인제 의원은 "현재 국민 여론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저도 그런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했고, 이재오 의원은 "어차피 안 될 일 가지고 시간을 끌수록 청와대에 대한 불신만 가중될 것이다. 시간을 끌어도 결과는 뻔한 일"이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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