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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만장일치 금리동결, 무책이 상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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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만장일치 금리동결, 무책이 상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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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는 6월 본회의를 끝낸 후 한 장짜리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다음은 그 마지막 문장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에 유의하고 세월호 사고 이후의 내수 움직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성장세 회복이 지속되도록 지원하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범위 내에서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글쓰기로는 낙제감인 장황하고 애매한 문장을 모두 인용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신기하게도 첫 단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끝의 '~것이다'까지 5월 발표문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다. 그렇게 의미 있는 문장이라면 좀 길어도 소개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글 속에는 유의, 점검, 지원, 유지, 운용하겠다…. 두루두루 좋은 말 뿐이다. 그러나 공허하다. 통화정책방향이 도대체 어떻다는 것인가. 경기인가, 물가인가. 금리인하 쪽인가, 인상 쪽인가.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3개월째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일찍부터 6월의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7월은 어떨까. 금융전문가가 아닌 나도 능히 예견할 수 있겠다. 금리는 또 묶고, 여러 변수를 유의ㆍ점검ㆍ지원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는 쪽으로 정리될 것이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안다. 금통위 행보가 그렇다. 금리의 인상ㆍ인하 요인이 병존하는 딜레마 상황은 7월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 진퇴양난일 때 금통위는 늘 무책(無策)을 택했다. 놔두면 책임질 일도, 리스크도 따르지 않는다.

5월에서 6월로 건너오는 한 달간 금리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의할 만큼 금융환경은 태평성대였을까.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겉으로는 고요했지만 물밑 전쟁은 치열했다. 금통위 개최 일주일 전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예금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꺼냈다. 저물가ㆍ저성장의 디플레이션을 경계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강공책이다. 유로국가들이 만장일치로 드라기를 손들어 준 것은 아니다. 부양효과에 대한 회의도 따랐고, 경제가 튼튼한 독일의 반대기류도 있었다. 그래도 가라앉는 경기를 놔둘 수 없다는 의지는 분명하게 시장에 전달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중소기업 지급준비율을 인하했고, 미국은 초저금리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으며, 일본 금융정책협의회는 금융완화의 지속을 선언했다.


그 뿐인가. 지난 10일엔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성장률 예상치를 3.2%에서 2.8%로 낮추며 위기 재발을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세계 성장률 전망을 내렸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중앙은행마다 경기회생과 고용창출의 선봉에 나서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한국경제도 연초 낙관론이 조금씩 후퇴하는 양상이다. 성장률 전망은 내려가고 환율은 급락한다.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고 내수는 냉랭하다. 물가는 계속 안정목표치를 밑돈다. 경제상황의 변화를 금리에 대입하면 인상기류가 인하로 바뀌는 변곡점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의구하고 금통위는 금리를 13달째 동결했다. 금통위원은 모두 7명. 이 정도의 최고 전문가 정책회의라면 적어도 1, 2명은 반대도 하고 다른 의견도 나오는 게 정상이다. 딜레마 상황일수록 토론과 논쟁은 뜨거워야 한다. 만장일치는 자랑이 될 수 없다.


금통위 후 이 총재는 "현 금리는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 이라 말했다. 금리동결에 대한 합리화다. 마이너스 금리, 제로 금리가 즐비한 터에 2.5%를 놓고 경기부양적이라는 근거가 뭔지 궁금하다. 이 총재가 취임 초 '금리의 장기 방향성'을 말했을 때 만해도 전임 김중수 총재 때와는 뭔가 달라지리라 기대했다. 3번의 금통위를 보면서 그 생각은 접기로 했다.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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