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청용 월드컵 특명 "'자물쇠' 러시아 문 열기"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측면을 공략하라."
손흥민(22ㆍ레버쿠젠)과 이청용(26ㆍ볼턴)이 책임져야 한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러시아를 맞는 축구대표팀의 승부수는 좌우 날개다. 손-이 콤비가 오는 6월 18일(한국시간) 열리는 이 경기에서 러시아의 측면을 허문다면 16강 진출을 향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수월하지 않은 과제다.
러시아의 수비는 강하다.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슬로바키아와의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짠물수비'가 돋보였다. 슬로바키아의 슈팅 아홉 개 가운데 유효슈팅(골대로 향한 슈팅)은 세 개 뿐이었다. 바실리 베레주츠키(32),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35ㆍ이상 CSAK모스크바)가 버틴 중앙 수비와 이고르 데니소프(30ㆍ디나모 모스크바), 빅토르 파이줄린(28ㆍ제니트)이 포진한 미드필드진이 이중으로 벽을 쌓아 상대 공격진을 압박했다.
대표 팀은 유럽 예선 열 경기에서 스무 골을 넣고 다섯 골만 내줄 정도로 강한 러시아의 수비를 깨야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은 지난 22일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훈련에서 "러시아의 중원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측면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이 지시를 수용해야 할 핵심 선수는 대표팀의 양 날개 손흥민과 이청용이다. 두 선수가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손흥민은 빠른 발로 상대 수비 진영을 휘젓는 선수다. 양 발로 슈팅할 수 있다. 사이드라인에서 속도를 올려 문전을 향해 대각선으로 치고 달린 뒤 강한 슈팅으로 득점한다. 지난달 20일 뉘른베르크와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에서는 수비 진영부터 상대 골문 앞까지 70m를 치고 들어가 골을 넣었다. 힘과 빠르기가 좋다는 유럽 선수들도 손흥민의 속도를 당해내지 못했다.
홍 감독 부임 이후 국가대표 경기에서 넣은 네 골도 2선 침투와 역습 상황에서 만들어냈다. 3월 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2-0 승)에서 넣은 추가골은 되새길만하다. 후반 10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구자철(25ㆍ마인츠)의 침투패스를 왼발슛으로 마무리한 장면이다. 그가 상대할 러시아의 오른쪽 측면 수비는 안드레이 예쉬첸코(30ㆍ안지 마하치칼라)와 알렉세이 코즐로프(28ㆍ디나모 모스크바)다. 대인마크 능력이 있지만 순간 속도와 방향 전환에 약점이 있다. 나이가 많은 중앙 수비수 두 명도 빠르지 않다. 손흥민은 경기가 중반 이후로 치달아 이들의 체력이 떨어질수록 위력을 더할 수 있다.
이청용은 오른쪽 측면에서 주로 활동하며 동료의 득점 기회를 만든다. 발기술이 좋고 활동 반경이 넓어 공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을 몰고 방향을 바꾸는 기술이 뛰어나 페널티킥도 자주 얻는다. 최근 국가대표 경기 가운데는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말리와의 친선경기(3-1 승)에서 보여준 활약이 돋보였다. 상대 수비 두 명을 과감하게 돌파해 페널티킥을 따내고, 문전 쇄도하는 손흥민에게 정확한 침투패스를 연결하는 등 도움 두 개를 기록했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같은 자리에서 뛰며 두 골을 넣어 자신감과 경험도 쌓았다.
이청용이 상대할 러시아의 왼쪽 측면 수비는 드미트리 콤바로프(27ㆍ스파르타크 모스크바)가 주전이다. 이 선수는 수비 외에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주특기다. 미드필더 알렉산드르 코코린(23ㆍ디나모 모스크바)과 호흡을 맞춘 측면 공격은 위협적이지만 그만큼 수비 진영에 공간을 많이 내준다. 대표팀이 역습을 시도할 때 가장 먼저 공략해야 할 지점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44)은 "러시아도 한국을 상대로 승리가 필요한 만큼 수비보다는 공격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며 "손흥민과 이청용이 좌우 측면의 공간을 역이용해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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