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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만기친람'서 책임 떼주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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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출범 15개월만에 '17부5처15청' 조직 개편

-非경제분야 총괄 부총리직 신설해 인적쇄신
-전문가들 "직함만이 아니라 권한도 부여해야"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나영 기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개조'를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조직을 수술대에 올리는 일로 이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국가개조는 정부개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중요한 건 조직이 아니라 이끄는 사람이 누구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개편에 이어 인적쇄신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밝힌 정부조직개편 구상은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내각에 분산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비(非)경제분야를 총괄할 사회부총리를 신설해 정책조정 컨트롤타워를 맡기기로 했다. 대통령 아래 책임형 국무총리와 3명의 핵심 컨트롤타워(경제ㆍ사회문화ㆍ외교안보)를 두어 업무를 분담시키는 형태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이다.


대통령 '만기친람'서 책임 떼주기 시작? ▲정부조직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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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는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이 의욕을 가지고 국정운영을 하다보면 만기친람형이 될 수 있는데 부총리 통한 업무분담으로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변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부총리라는 이름만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부총리가 예산권을 갖듯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도 "부총리를 두고도 대통령이 챙기기 시작하면 의미 없다"며 "대통령은 굵직한 것만 챙기고 세세한 사항은 위임해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가 위기상황에서 경직된 자세와 보신주의로 일관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이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무원들은 청와대를, 총리를 포함해 장관들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책임형 내각'이란 말은 공허하다. 때문에 조직개편에 이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참모진 구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번 발표는 국가개조라기보다는 행정개편 수준으로 보인다"며 "제도뿐 아니라 인적쇄신이 당연히 수반돼야 하며 그래야 범사회적 사회운동으로 이어지면서 국가개조를 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적쇄신 측면에선 시작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다. 첫 인사인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껄끄러운 강직함'을 감수하면서 꺼낸 비장의 카드였지만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며 큰 상처를 입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청와대 수석비서관 교체 카드도 꺼낼 것으로 보이는데 야권으로부터 '경질 1순위'로 꼽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시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의 국가개조 프로젝트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하 교수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인사가 필요할 것"이라며 "새로운 부처에 합당한 인사가 병행돼야 진정한 인적쇄신이 될 것이며 국민들도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행정부 축소 및 안전총괄부처 신설 방안을 두고도 '졸속비판'이 거세다.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내용이 불과 8일만에 뒤집어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안전행정부에서 인사와 정부조직 기능을 떼내려 했지만 참모진의 만류로 조직기능은 잔류시키기로 했다. 홍 교수는 "그런 규모의 조직개편은 상당한 논의를 거치고 공론화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감정적으로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가 현실적으로 맞지 않아 다시 되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늦게나마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보완하는 게 맞다"고 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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