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중심 적용…타이젠폰도 신흥시장서 시험대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삼성전자가 '갤럭시기어'의 운영체제(OS)를 기존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자체 OS인 '타이젠'으로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착용 가능한(웨어러블) 기기를 중심으로 타이젠의 생태계를 키우는 행보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타이젠폰 역시 러시아·인도 등 신흥시장을 먼저 시험무대로 삼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삼성 스마트 시계 1세대 갤럭시기어의 OS를 안드로이드에서 타이젠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적용 시험을 진행 중이다. 전환이 이뤄지면 이름도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삼성 스마트 기기에 붙여진 '갤럭시'를 뗀 '기어1'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OS별로 각기 다른 브랜드를 부여하는 '네이밍(이름짓기) 전략'에 따라 지난 2월 첫 선을 보인 타이젠 기반의 '기어2' 2종에는 '갤럭시'를 떼고 '삼성' 브랜드를 붙인 바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스마트 시계 '기어' 라인에는 타이젠 OS가 적용됐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게 된다. 더불어 기어1 사용자들도 별도 센서가 필요한 심박 측정을 제외한 수면패턴·운동량 측정 등 기어2의 주요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저전력 타이젠 OS를 사용하게 되면 기존 갤럭시기어의 큰 단점으로 지적됐던 배터리 수명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5~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 안경 '기어 글래스'에도 타이젠 OS의 탑재가 유력하다. 기어 글래스는 오른쪽 귀에 착용해 이어폰과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젠은 생태계 조성 초기 단계이므로 비교적 단순한 매커니즘으로 구동되는 웨어러블 기기부터 접근하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전략 모델들을 기존과 같이 꾸준히 내놓으며 구글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한편 타이젠 OS에는 '가랑비' 전략을 쓰고 있다.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타이젠 생태계가 보강되는 동안 웨어러블 기기를 중심으로 타이젠 OS의 적용을 서서히 늘려나간다는 방침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125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타이젠 애플리케이션(앱) 대회인 '기어 앱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타이젠 기반의 스마트폰도 첫 선을 보인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초 러시아에서 언팩(신제품 발표 행사)을 진행한 후 인도에서도 타이젠폰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사이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부족한 선진시장보다는 신흥시장에서 먼저 타이젠폰의 가능성을 점친다는 계획"이라고 봤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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