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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침몰]‘슬픔의 CF’, 메마른 공감능력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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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반영 의식한 슬픔의 이벤트화…마음의 울림이 없는 건조한 위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서로 다른 눈물을 보고 있다. 우선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눈물이다. 장면을 함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감을 이끌어 낸다.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눈에서 나오는 액체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말과 행동, 표정이 이미 울림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악어의 눈물’로 의심받는 경우도 있다. 눈에서 액체가 흘러내린다. 아니 액체를 흘러내리게 하고자 노력한다. 표정도 침통하게 지으려 애를 쓴다. 하지만 공감의 울림이 없다. 가식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참 많은 사람이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권력 최고위층부터 여야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이들도 한 번 이상은 그곳을 방문했다. 유가족들을 만나 그들을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 침통한 표정도 지었다. 하지만 유가족의 마음에 울림으로 다가온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의례적인 방문과 건조한 사과로 느끼지는 않았을까.


세월호 참사는 정치인과 관료, 언론인 등의 공감능력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들의 공감능력이 얼마나 메말라 있는지 현주소를 드러내고 말았다. 진도 실내체육관 ‘황제라면’과 ‘기념사진’ 논란은 메마른 공감능력을 상징하는 사건 중 일부일 뿐이다.


슬픔을 이벤트로 느끼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공감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모습이다. 그들 곁에는 이러한 장면을 담을 카메라가 준비돼 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린다. 유가족을 위로하는 침통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한 이미지가 미디어로 전달된다. 그렇게 하면 공감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 판단하나 보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소의 시선이다. CF의 한 장면과 같은 그럴듯한 이미지를 전달했음에도 마음의 울림을 이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슬픔을 이벤트로 만들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속내가 읽히기 때문이다. 유가족의 마음을 울리는 것은 그럴듯한 이미지가 아니다. 언론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유가족을 찾아 맞잡은 손의 체온에서 느껴지는 진심, 표정으로 전하는 울림이 더 중요하다.


미디어를 앞에 두고 잘 짜여진 ‘슬픔의 CF’를 찍는다고 울림으로 다가오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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