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한국 경제가 '환율 급락'이라는 먹구름에 휩싸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기업의 채산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원ㆍ엔 환율도 1000원선 밑으로 하락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급속도로 약해졌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마저 둔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간 국내 경기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위축될 경우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 위축 또한 수출 시장에 불안감이 키우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세는 작년 3분기 이후 둔화된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4월가지 중국 수출은 469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9%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 수입 시장내 한국의 점유율은 9.4%에서 9.3%로 0.1%p 줄었다.
경쟁국인 일본 점유율이 8.3%에서 8.0%로, 대만이 8.9%에서 7.2%로 각각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양호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석유화학 등 일부 수출 주력품목에서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4일 수출동향점검회의를 소집해 주요 해외시장 동향과 환율급락이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윤상직 장관은 "최근 환율하락으로 수출 중소기업 수출 위축과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며 "정부차원에서 환 관리와 관련해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이 환위험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환변동 보험료를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키코사태 이후 환보험을 잘 활용하지 않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적 모습 보이고 있으나 대외리스크 요인 잠재돼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공 및 민간부문의 리스크관리 상황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또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수출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 애로사항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환율하락을 막을 정책적 대응도 사실상 많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환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가운데 투기적 움직임에 단호한 대처를 천명하며 구두개입을 시도했지만, 환율 하락이라는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한은과 환율 처방에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따갑게 들려오고 있다.
최근 원화가치 상승이 미국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달러 약세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2년 넘게 이어진 경상수지 흑자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꺼내들 카드가 마땅치 않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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