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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문구, 분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유족 또 울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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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세월호 유족들이 정부 장례지원단의 관료적 태도에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정부의 늑장대응과 부실한 구조작업에 지친 유족들이 안산을 비롯한 각지 분향소에 걸린 현수막 문구 가운데 '생존' '무사귀환' 등의 단어는 현재 상황에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정부 장례지원단에 수정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것이다.


유가족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세월호 침몰 16일째인 1일 진도 사고해역으로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러 가기 전날 버스 대절 등을 놓고 장례지원단과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는 '내 아들딸들아 보고 싶다' '성금은 마음만 받겠습니다' '생명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었습니까' '왜 왜 왜 구조가 늦춰졌습니까' '정부는 거짓말을 그만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어깨띠 제작을 요청했다. 또한 전국 분향소에 걸린 '실종자들의 생존과 무사귀환을 기원한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더 이상 의미가 없으니 대책위에서 제시한 문구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장례지원단은 문구를 문제 삼으며 결정을 미루다, 결국 이들이 장례지원 취지와 맞지 않아 지원할 수 없다고 유족에 알렸다. 피켓 등은 집회·시위 용품으로 장례지원 취지에 맞지 않으며, 현수막 역시 유족 측이 제시한 문구들이 '엄숙하고 경건해야 할' 분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유족들은 결국 사비를 털어 직접 제작한 피켓 등을 들고 1일 오전 10시께 진도로 향했다. 장례지원단은 '장례지원 업무와 연관 없는' 버스는 지원했다.


유족 측은 사실상 실패한 구조활동에 대해 당국이 사과나 설명조차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유족들이 제시한 문구를 검열하고 문제 삼는 행태에 분통을 터뜨렸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현장을 지켜본 사고 당사자인 유족과 실종자 가족의 마음이 담긴 문구를 왜 거부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큰소리를 쳐야 잠깐 들어주는 척하다, 요청을 묵살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당국의 지체, 지연, 변명에 지쳐간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와 관련, 장례지원단 관계자는 "현수막은 어디까지나 추모의 마음을 자발적으로 담는 것"이라며 "유족들의 요구대로 당국에서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변명했다. 또한 "합동분향소라는 게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인데 유족 측이 제시한 문구의 현수막은 분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구를 '검열'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데 대해 "어떤 문구가 되고 안 되는지는 지금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며 "어디까지나 희생자를 애도하는 수준의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장례지원단은 안전행정부와 교육부, 경기도, 안산시, 경기도교육청 등 12개 관련 기관에서 파견한 30명이 24시간 상시 근무하는 체제로 구성됐으며 단장은 안행부 실장급(1급)이 맡고 있다. 분향소 운영을 비롯해 사망자 가족 민원 해소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꾸려졌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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