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낱말의 습격]창조경제가 뭐냐(23)

시계아이콘01분 58초 소요

[낱말의 습격]창조경제가 뭐냐(23) 낱말의 습격
AD


신문사로, 대학원 박사 동기가 찾아오셔서 최근에 집필한 책 한 권을 내민다. '창조경제'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을 정리해놓은 인상적인 책이다.

그 책을 훑으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창조경제란, 정말 무엇인가. 왜 창조경제는 늘 모호하고 막연해 보이는가.


창조경제는 흥행 대박을 터뜨린 가수의 앨범이나 영화, 혹은 문화적인 것, 혹은 비경제적인 영역들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힘으로 융성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일까. 그런 사례들로 창조경제를 규정하면, 그것에 닿을듯 말듯한 아리송한 것들이 창조경제인지 아닌지 계속 규정해나가야할 판이다. 그건 적당한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창조경제는 경제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창조경제는, 창조의 비(非)경제성을 가치 전도시키는 문제인듯 하다. 즉 산업혁명 이후 100년 경제가 견지해왔던 신념들을 흔드는 일종의 '위험한 실험'이 보편화되는 징후를 의미한다.


창조와 경제는 그 100년간 나란히 세우기 어려운 두 가치였다. 창조는 비경제적이며 오랫동안 가난하지만 본능적으로 지향하는 고집같은 것이었다. 창조의 영역이 일정한 경제적 가치를 생산해온 것은 분명했지만, 예측 불가능하며 개인적인 재능과 관련이 있어 투자 변수가 많은데다 예술과 철학의 영역들을 가치로 환산하는 일은 늘 위험했고 적절하지 않았다. 그 '창조'의 영역이 경제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해보이지만, 100년의 가치질서를 허무는 혁명을 담고 있는 셈이다.


비경제적인 창조가 경제의 영역으로 옮겨왔을 뿐 아니라, 미래의 중요한 가치 창조 산업으로 떠오른 것은, 인류의 욕망이 기술과 네트워크, 그리고 새로운 시대적 가치에 힘입어 '창조' 소비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창조를 소비하는 세상이, 창조경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창조를 소비하는 욕망이 커질수록, 그것의 비경제성은 탁월한 경제성으로 전환된다.


융합은 창조가 산업 속으로 들어오는 방식 중의 하나이다. 창조가 독립적인 방식으로 산업이 되기도 하지만, 기술이나 네트워크와 같은 산업적 기반과 연계되기도 하고, 인문학이나 생물학, 지리학, 병리학과 같은 다른 영역이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창조경제는 '비경제적'인 것들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도전이다. 리스크가 작을 리 없다. 창조경제의 메뉴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면 늘 틀리게 된다. 그리고 그 메뉴의 성공공식이 정해져 있다고 판단하면 그 정책은 늘 헛다리를 짚게 된다. 창조경제는 비경제적인 것의 수많은 실패와 위험들을 정부와 사회가 감내하고 이겨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 창조는 수많은 실패 위에 돋아난 꽃 한 송이일 뿐이다.


미래창조과학부란 이름은, 창조의 개념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는 명칭이다. 창조는 미래창조라고 쓰일 때의 창조와 전혀 다르다. 그렇게 쓰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새로운 '개념'을, 산업시대의 구호로 만들어버리는 코메디일지 모른다.


창조는 산업적 가치질서의 전도를 각오해야 하는 영역이다. 거기에는 기존 관념으로 접근하면 '나쁜 가치'인 경우도 포함된다. 창조가 국가 경쟁력이 되려면, 창조에 대한 관용과 이해력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한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 실패를 지켜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창조경제에 돈을 쏟아부으면 그것에 답하는 대박이 있을 거라고 믿는 그것이, 전혀 창조적이지 않은 생각이다.


창조는 기존에 없던 것이며, 낯설고 불안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창조는 산업적 시각으로 보면 견적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대박을 가지고 공식화하면 백전백패이다. 정부가 그런 욕심과 야망을 지니고 있다면, 창조의 본질과 그 비경제적 고집의 본능을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건설이 죽을 쑤는 지금, 수요를 장려하고 각종 혜택을 주고 집을 사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것으로는 시장을 만들어낼수 없다. 겨우 시장을 만들어놨다 하더라도, 그것은 악성 투기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 창조경제는 이렇게 작동해야 하지 않을까. 건설과 건축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생각하고 그 가치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예술과 인문을 어떻게 건설적 가치로 융합해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집이 시대적인 매력을 지니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 건설의 또다른 융성을 부른다. 전혀 다른 집을 창출해내고 기존의 집에 대한 관념들을 허무는 '창조의 쿠데타'가 집요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한 일을 들여다보라.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