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목포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최초 조난 신고를 한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를 물어보는 등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52분께 세월호에 탑승한 안산 단원고 학생은 전남소방본부 119 상황실에 "제주도에 가고 있었는데,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하는 것 같다"고 다급하게 구조요청을 했다.
119 근무자는 해상 조난이라는 걸 알고 목포해양경찰청에 연결해 3자 통화를 연결했고, 신고 지점이 진도군 조도면 서거차도 인근 해역이라는 사실을 해경에 알렸다.
하지만 해경은 신고자인 학생에게 배의 정확한 위치를 거듭 요구했다. 3자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해경이 "위치, 경위(경도와 위도) 말해달라"고 하자 학생은 당황한듯 "네?"라고 답했고, 해경이 "지금 침몰 중이라는데 지금 배가 어디 있나"라고 묻자 학생은 "위치는 잘 모르겠어요"고 말했다.
이내 해경이 "위치를 모르신다고요? 거기 GPS 경위도 안 나오나요, 경도하고 위도!"라고 재촉하자 학생은 "여기 섬이 이렇게 보이긴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해경은 그제서야 출항시간과 출항지, 배이름 등을 물었다. 최초 신고 이후에도 119 상황실에는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승객들의 신고 전화가 이어졌다.
또한 최초 신고 시간은 세월호 승무원이 제주해양관제센터에 신고하기 약 3분 전으로, 초기 구조에 사용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해경 관계자는 "경비정을 정확한 지점으로 출동시키기 위해 위도와 경도를 물어본 것"이라며 "신고자가 선원인 줄로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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