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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피노키오와 메노키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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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은 이탈리아 작가 C. 콜로디가 1883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목공인 주세페 제페토는 장작을 깎아 인형을 만들어 피노키오란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그 인형에 숨을 불어넣었고 학교에 보낸다. 온갖 모험은 학교가는 길에 벌어진 일들이다. 피노키오의 코는 거짓말을 하면 길어진다. 온갖 위험과 일탈을 겪은 뒤 다시 착해진 피노키오는 위험에 처한 제페토를 구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1976년 '미시사 방법론의 서막'을 알리며 출간된 카를로 진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에는 피노키오와 이름이 비슷한 메노키오가 등장한다. 메노키오는 피노키오보다 300년이 앞선 사람으로 16세기 북부 이탈리아에서 방앗간을 경영했던 서민이다. 그는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고 말을 잘 했기에 그 마을의 리더까지 지냈던 인물이었다. 그는 일을 하다가 치즈 속에서 아무 것도 없었는데 구더기가 생겨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는다. 그러다가 생각을 발전시킨다. 신이 과연 우주를 만들었을까. 그냥 초기물질 속에서 구더기가 나오듯 생명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다가 그는 1583년 종교재판에 회부된다. 2년간 징역 살이를 한 뒤 풀려났는데 그 뒤에 다시 같은 취지의 말을 하는 바람에 1598년 다시 고발당해 이단재판을 받고 처형되었다.

이단을 심문하는 법관은 그에게 물었다.
하느님은 창조되었는가.
하느님의 움직임은 혼돈 속에서 시작되었고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나아간 것 같다.
그럼 누가 혼돈을 움직이는가.
혼돈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다.


메노키오 스토리가 의미심장해진 것은, 당시 지배층이 주변 계층의 비정상성을 기록해놓기 위해 남겼던 발언과 일화가, 이례적 정상을 설명하는 적확한 예거였기 때문이다. 미시사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예화이기도 했다. 당시 신의 창조설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세계관에서의 비정상성은 지금에 와서는 주요한 의견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단재판과 처형이 가혹한 행위로 보여지기까지 한다.


피노키오와 메노키오는 모두 이탈리아의 '존재'들인데, 묘하게 아장스망(AGENCEMENT, 배열구조)을 형성한다. 피노키오는 창조된 존재로서 악의 위험에 처해 여러가지 곤경을 겪는다. 그는 거짓말을 하면 신체 일부가 커진다. 피노키오는 아슬아슬하게 악의 변경을 걷지만 결국 체제 안으로 들어온다. 메노키오는 신의 창조를 의심하였다. 그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였다. 그는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신념 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메노키오는 당시의 전형적인 악이 되었고 처형되었다. 피노키오의 기획이 메노키오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피노키오는 제페토가 기획한 그대로 만들어졌지만, 메노키오는 현실 속에서 진실을 재고하는 이성을 지닌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치즈에서 구더기가 돋아나듯, 인간에게도 '창조론'이 기획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명활동이 전개되는 그 양상을 메노키오 스스로가 보여준 셈이기도 하다. 여하튼 곱씹을 만한 얘기들이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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