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경기가 좋아지는데도 금리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16일 이트레이드증권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놨다. 넘치는 외환보유고와 연금 보험 등의 묶여있는 안전 자산들이 넘치는데다 금융위기만 닥치면 인공적인 유동성 수혈로 자본공급이 돼왔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 증권사 오동석 연구원은 "우리는 진정한 위기를 겪지 않았다. 위기라면 반드시 일어나야 할 자본손실이 없었다. 남아도는 돈의 양이 줄지 않는 한 금리는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IMF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전세계 저축은 GDP의 24%에 달한다고 전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최소 17조 달러. 저축을 '돈을 쓰고 남은 여력'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GDP의 약 17배가 금융시장에 잉여로 쌓이는 셈이다.
잉여의 왕은 외환보유고다. 지난 3월 말 IMF가 집계한 전세계 외환보유고는 11조7000억 달러다. 오 연구원은 "외환보유고는 안정적인 국제통화를 갖지 못하거나 수출이 너무 잘되는 국가들에 쌓여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경우 외환보유고는 완전한 잉여로 유사시를 대비한 '유동성 비상금'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연금과 보험 자산 역시 묶여있는 잉여금이다. OECD가 집계한 2012년말 연금 펀드의 자산총계는 21조8000억 달러. 보험 회사 자산 총합은 24조5000억 달러다. 전세계 GDP의 69% 수준이다. 오 연구원은 "연금과 보험, 외환보유고와 같은 자금들은 대체로 원금 손실을 최대한 기피하는 보수적인 투자에 집중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2008년 10월 미국 의회가 긴급경제안정법을 통과시킨 후 7000억 달러의 자본을 금융시장에 주입해야 했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금융위기를 극복한 비결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심이 되다 못해 딴 생각이 들 정도로 시장에 돈을 퍼붓고 가치에 대해 무감각해질 때까지 자본을 투입했기 때문에 위기라면 있어야 할 자산의 상각이나 자본 손실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되레 중앙은행까지 나서면서 돈을 거세게 증식시키는 일이 빚어졌고 경기가 좋아도 시장금리가 과잉잉여금 때문에 올라갈 수 없다는 해석이다.
결국 금리 상승은 정책적인 동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봤다. 기준 금리 인상만이 시장 금리를 제대로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 오 연구원은 "금융 위기 동안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전체 수신은 늘었다"고 짚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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