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정부의 서민금융총괄기구 설립이 방향을 못잡고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서민금융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미소금융중앙재단,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 햇살론 개인보증을 통합한 '서민금융총괄기구'를 설립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정치권의 눈치를 보다가 방향을 바꾼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국민행복기금 운영권을 서민금융총괄기구에 통합시키지 않고 현재처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유지하도록 한 것은 각 기관들의 성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통합기구 출범 취지를 거스르는 결정이다.
서민금융총괄기구의 출범 취지는 상품별ㆍ공급자별 분절적 운영에 따른 서민금융의 중복지원 및 지원기준의 차이를 해소하고, 서민들에게 수요자 중심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금융소외계층이 자활, 재기, 자립에 성공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게 목적이다. 흩어져있던 서민금융이 한데 모이면서 서민금융기관간 시너지 효과도 커진다.
이를 위해서는 미소금융과 행복기금, 신복위 등의 업무가 서민금융총괄기구에 통합돼 운영돼야 한다. 이러한 통합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는 대출을 전혀 받지 못하는 '금융사각지대'에 놓인 금융소외계층에게 창업 및 대출지원, 채무조정ㆍ저금리 대출전환, 개인워크아웃 신청 등을 원스톱 서비스할 수 있다.
하지만 캠코의 행복기금 운영권이 통합기구로 이관되지 않으면 반쪽자리 서민금융총괄기구가 출범할 수밖에 없다. 행복기금이 빠진 상태에서 통합은 신복위의 법적기구화만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총괄기구가 설립되면 상담기능이 활성화된다고 하지만, 캠코와 총괄기구가 여전히 양립한다면 과연 수혜자들이 이를 제대로 알고 찾아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수요자의 편의성 제고와는 거리가 먼 정책방향이다.
특히 금융위는 신복위와 미소금융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신복위와 미소금융은 성격이 너무 다르다. 신복위의 주 업무는 부채탕감이고 미소금융은 창업 및 대출지원이다.
두 기관을 통합할 경우 대출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 또 대출이용자가 이중수혜(대출지원, 부채탕감)를 받거나 미소금융 연체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서민금융 전체가 통합되지 않을 거라면 신복위와 미소금융이 아닌, 신복위와 행복기금의 통합이 오히려 성격상 더 취지에 맞다.
정부가 행복기금 운영권을 캠코가 유지하도록 한 것을 보면 말만 그럴듯하게 해놓고 알맹이는 쏙 뺀 것에 불과하다.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하겠다는 방침에도 의구심이 생긴다.
서민금융총괄기구의 설립은 금융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자활의 꿈을 가진 서민들에게 은행이나 제도권 금융기관의 자금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용과 소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활의지나 성공 가능성을 담보로 마음 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기관일 것이다.
이러한 금융기관이 바로 서민금융총괄기구다. 정부가 진정으로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서민금융 지원체계 구축하고자 한다면 본래 취지대로 미소금융, 신복위, 행복기금, 햇살론 개인보증을 통합한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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