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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국가편의주의, 가난의 대물림에 책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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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국가편의주의, 가난의 대물림에 책임있다 박희준 정치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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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대체로 자기 편의로 산다. 물론 성인군자나 자기 단련이 많이 된 성숙한 사람은 예외지만 말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개인이야 자기 편의대로 산다면 그가 속한 집단, 그것이 동아리든 기업이든 아니면 정부기관이든 왕따를 당해 응징을 당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업이 자기 편의대로 행동하고 국가가 편의대로 행동할 경우다.


최근 신용카드 대금 80원 부족으로 결제하지 못해 신용카드회사로부터 다섯 번의 독촉 전화를 받았다. 업무시간에 왔으니 이런 글을 적는다는 것 쯤은 짐작할 것이다. '연체' 처리하고 업무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협박이 이어졌다. 이달 80원은 적은 액수지만 다음 달 미결제금액이 10만원 이상이면 다른 금융기관들이 신용정보를 공유한다며 은근히 위협했다. 80원 때문에 전화를 다섯 번 한다니 말이 될까? 통신비도 나오지 않지만 그 회사 관점에서는 말이 된다. 전화하지 않으면 자기가 독촉을 당하니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기업의 편의주의다.

한부모 가족의 가장이 받은 전화는 국가 편의주의 전형이다. 가장이 가입한 보장성 보험이 금융자산으로 잡혀 더이상 한부모 가족 지원을 하지 못하니 기한 내에 소명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소연해왔다. 수요일 전화해서는 단 며칠 안에 전화하라고 했다고 한다. 언제 그런 통지를 했냐고 묻자 '등기'로 보냈다고 한다.


한국의 이혼율이 높다는 것은 코흘리개도 아는 사실이다. 그것은 곧 아버지나 어머니 혼자서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한부모 가정 가장은 아이들 때문에 비정규직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에서 툭하면 청소해야 하고 급식 담당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부르니 가지 않을 수 없어 비정규직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가장은 이 직장에서 저 직장으로 뛰어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꾸린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등기'를 보냈으니 자기 할 일은 다 했다는 공무원한테 뭐라고 할까?

이들이 아무리 소득이 적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미래를 대비하지 말아야 하는가? 아니다. 자기가 쓰러지면 남은 자식들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 선택한 게 보장성 보험이다. 가입기간이 최소 10년은 돼야 보험료가 싸니 최소액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선택했다. 밤잠을 줄여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험료를 내고 살았다.


그런데 국가는 가만히 있다가 그에게 보복을 했다. "당신의 금융자산이 이 정도이니 한부모 가족 지원을 끊겠다"고 어느 날 느닷없이 통보했다. 돈을 장판지 밑에 넣어놓고 정부 지원금을 타 쓰는 사람들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만 강변했다고 한다. 거짓으로 서류를 꾸며 각종 지원금을 타내는 수급자들이 있으니 공무원들의 말이 100% 틀렸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가장 손쉬운 수단만 택해서 저소득 가장의 자립의지를 꺾는다는 점이다. 대통령령으로 요구만 하면 다 주는 금융정보를 이용해 부정수급자를 골라내겠다는 발상은 제일 쉬운 것만 하겠다는 공무원, 국가의 편의주의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런 처우가 싫으면 보장성 보험을 다 해약하고 어디에 썼는지 소명한 다음 다시 정부 지원금을 요청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이들은 미래를 대비하지 말아야 할까? 공무원 논리라면 한부모 가정 등은 지원금을 맘 편하게 쓰면 그만이다. 미래는 대비하지 않아야 하며 그들의 자식들은 영원히 수급자로 사회에서 천대를 받으며 하층민으로 살 수도 있다. 참으로 편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항변이 나올 수 있다. 혼자 수많은 사람을 감당해야 하는 복지 관련 공무원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말을 듣기 싫은 공무원ㆍ정부라면 복지 사각지대를 찾는다느니, 불우한 이웃을 신고해 달라느니 하는 등의 입에 발린 말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으로 표를 얻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내가 던진 한마디는 자립의지를 꺾을 수 있음을 알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박희준 정치경제부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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