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가스 중독, 뇌 기능 손상 가능성…검찰 '윗선 수사' 이대로 정리되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의혹의 당사자인 국정원 대공수사국 권모 과장이 자살 기도 이후 '기억상실증'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권 과장은 혼자 화장실을 오갈 정도로 호전된 상태이지만, 최근 기억을 잃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왜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유우성씨 사건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앞서 권 과장은 지난달 22일 경기도 하남시 모 중학교 앞 승용차 안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권 과장이 쓰러진 차량 조수석에는 철제 냄비 위에 번개탄이 있었고, 유서도 발견됐다.
권 과장은 상태가 위중했지만,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과장 자살 기도 이후 수사 진행 여부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 국정원 쪽에 불필요한 자극을 줄 이유가 없으며,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현실적으로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한 모습이다.
하지만 권 과장은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이 지난달 31일 법원에 제출한 국정원 김모 과장과 협력자 김모씨 공소장에도 권 과장이 사건에 깊이 개입돼 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
권 과장은 김 과장과 국정원 수사팀 사무실에서 허룽시 공안국 회신 공문 1부를 위조하도록 지시하는 등 문서 위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 과장이 김 과장 등 국정원 직원과 공모해 문서 위조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와 소환 조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만으로도 공소사실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권 과장이 입원하면서 윗선 수사는 한계에 직면했다. 특히 권 과장이 '기억상실증'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권 과장 '기억상실증' 논란에 대해 의혹의 시선도 없지는 않다. 의학적인 부분이어서 단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미묘한 시점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의 한 의사는 "(연탄가스 중독을 통한 자살기도로) 호흡이 멈춰서 응급실에 들어왔다면 뇌손상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 "자세한 것은 MRI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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