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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미분양, 봄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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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고공행진 속 수도권 미분양에 눈돌리는 실수요자 늘어
-건설사, 입주잔금 납부 유예·할인 분양 등 미분양 털기


수도권 미분양, 봄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김포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 견본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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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한진주 기자]"최근 경기 지역 부동산시장 훈풍을 타고 미분양 털기에 성공했다. 3월에만 200여가구 계약에 성공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담당자)


장기간 강세를 보여 온 전셋값과 부동산 매매규제 완화 추세에 수요자들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찾고 있다. 건설사는 물론 지자체들의 골칫거리로 남아있던 수도권 미분양 단지들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미분양이 속속 소진되자 그동안 마케팅 차원에서 펼친 분양가 할인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특히 미분양이 누적돼있던 김포 한강신도시, 남양주 등 서울 근교 신도시에서 미분양 감소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파주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완공된 미분양 아파트는 인근 단지 전셋값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전세가율이 꾸준히 치솟자 세입자들이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분양 주택 10년 만에 최저치= 한국감정원이 3월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전국 62.4%, 수도권 62.1%를 기록했다. 전국은 지난해보다 0.2% 올랐고 수도권은 0.3% 올랐다. 수도권 일부지역의 전세가율은 70%를 넘어선지 오래다.


전셋값이 집값 수준에 육박하며 부담이 커지자 수요자들은 잇따라 미분양 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06년 2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한 이유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총 5만2391가구로 집계됐다. 6개월 연속 감소세에다 신규 미분양 증가분도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달 대비 수도권에서만 3419가구가 줄었고 특히 경기지역에서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분양률이 30%에 그쳤던 김포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의 경우 최근 분양률이 90%에 도달했다. 작년 6월 분양 당시에는 시장이 죽어있었고 김포가 미분양 무덤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았지만 올해 들어 분양률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포 도시철도 착공이라는 호재도 작용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말 분양률이 40%에도 못 미쳤지만 최근 들어 하루에 많게는 50가구씩 팔려나가고 있고, 지난해 11월부터 700가구 가량 소진됐다"며 "주로 강서 쪽에서 전세난에 밀려나온 수요자들이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미분양, 봄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파주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공사 현장


◆단지별로 한 달에 수백 채씩 팔려= 서울과 가까운 남양주 일대도 비슷한 분위기다. 남양주 별내지구가 입주 2년차를 맞이하면서 전세·매매가격이 동반 상승한 탓에 미분양 단지 매매로 선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올 들어 100가구 이상 팔린 '남양주 퇴계원 힐스테이트'를 비롯, '남양주 별내 푸르지오'는 한 달에 150가구 이상 소진되면서 분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천쪽도 분위기가 좋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인천 검단 힐스테이트 4차·6차는 올 들어 180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입주 잔금을 2~3년간 유예하는 마케팅 정책이 빛을 발한 것이다. 영종도 일대는 카지노 개발 호재에 힘입어 '영종 자이'는 허가를 앞둔 시점에 20여채가 한꺼번에 매각됐고 최근 이틀 새 추가로 10채씩 더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았던 파주 운정신도시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애물단지였던 미분양 아파트가 속속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찾은 파주 운정신도시 야당동 롯데캐슬 공사현장.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1880가구나 되는 대단지라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지만 미분양으로 골치를 앓았다. 그러던 것이 현재 300여가구만 남기며 팔려나갔다. 롯데건설이 제시한 계약조건이 힘을 보탰다. 현재 1차 계약금 1000만원만 지불한 뒤 분양가의 40%만 내면 11월 입주할 수 있다. 나머지 60%는 2~4년 동안 나눠 내면 된다. 이자는 롯데건설이 지원해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모든 가구는 기본적으로 2년, 저층이나 조망권이 좋지 않은 가구에 대해서는 4년까지 이자를 지원한다"면서 "최근 경기권으로 퍼진 부동산시장 훈풍을 타고 3월에도 200여가구 계약을 마쳤다"고 말했다.


파주시 와동동에 공급한 한양수자인도 최근 미분양 털기에 성공했다. 일부 119㎡ 계약 해지분을 원 분양가 대비 20% 할인했는데 현재 50가구만 남았다. 한양 관계자는 "현재 일부 저층만 남아 미분양을 다 털어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재고 주택시장 찬바람은 여전= 미분양 주택이 팔려나가며 일부에서는 할인혜택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임에도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에는 찬바람이 여전하다.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뚝 끊겼다. 지난 2월26일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발표한 이후 식었던 부동산시장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파주시 주요 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는 찬바람이 그대로 느껴졌다. L공인 대표는 "미분양은 건설사에서 할인 분양하거나 좋은 조건을 얹어서 팔고 있는 것이고 기존 매매 시장은 여전히 어렵다"면서 "전월세 대책 발표 전에는 하루 20~30팀이 와서 문의했다면 지금은 4~5팀으로 확 줄었다"고 푸념했다. N공인 대표는 "3월에 매매 계약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정부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시장 불씨를 꺼버렸으니 당분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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