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고공행진 속 수도권 미분양에 눈돌리는 실수요자 늘어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꺾이지 않는 전셋값과 부동산 매매규제 완화 추세에 수요자들이 수도권 미분양 단지들을 찾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건설사들의 골칫거리로 남아있던 수도권 미분양 단지들이 올 초부터 속속 소진되고 있다. 그동안 마케팅 차원에서 펼친 분양가 할인정책을 재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미분양이 누적돼있던 김포 한강신도시, 남양주 등 서울 근교 신도시에서 미분양 감소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완공된 미분양 아파트는 인근 단지 전셋값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전세가율이 꾸준히 치솟자 세입자들이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이 3월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전국이 62.4%, 수도권은 62.1%를 기록했다. 전국은 지난해보다 0.2% 올랐고 수도권은 0.3% 올랐다. 수도권 일부지역의 전세가율은 70%를 넘어선 지 오래다.
미분양주택 수도 2006년 2월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수는 총 5만2391가구로 집계됐다. 6개월 연속 감소세에다 신규 미분양 증가분도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달 대비 수도권에서만 3419가구가 줄었고 특히 경기지역에서 감소 폭이 컸다.
지난해 분양률이 30%에 그쳤던 김포 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의 경우 최근 분양률이 90%에 도달했다. 작년 6월 분양 당시에는 시장이 죽어있었고 김포가 미분양 무덤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들이 많았지만 올해 들어 분양률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김포 도시철도 착공이라는 호재도 작용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말 분양률이 40%에도 못미쳤지만 최근들어 하루에 많게는 50가구씩 팔려나가고 있고, 지난해 11월부터 700가구 가량 소진됐다"며 "주로 강서쪽에서 전세난에 밀려나온 수요자들이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가까운 남양주 일대도 비슷한 분위기다. 남양주 별내지구가 입주 2년차를 맞이하면서 전세·매매가격이 동반 상승한 탓에 미분양 단지 매매로 선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올 들어 100가구 이상 팔린 '남양주 퇴계원 힐스테이트'를 비롯, '남양주 별내 푸르지오'는 한달에 150가구 이상 소진되면서 분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천쪽도 분위기가 좋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인천 검단 힐스테이트 4차·6차는 올들어 180가구가 주인을 찾았다. 입주잔금을 2~3년간 유예하는 마케팅 정책이 빛을 발한 것이다. 영종도 일대는 카지노 개발 호재에 힘입어 '영종 자이'는 허가를 앞둔 시점에 20여채가 한꺼번에 매각됐고 최근 이틀새 추가로 10채씩 더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흥민 현대건설 건축분양팀 부장은 "양도세 폐지로 다주택자들에게도 상당한 혜택이 주어졌고 주택시장이 두번의 부침을 겪고 최근 들어 상당히 많이 살아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시세가 회복되고 있어 할인 혜택을 제시하던 현장들의 할인 폭을 조만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분양 단지가 해소된 배경에는 높은 전세가격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분양가격을 낮춘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가를 낮추면서 신축주택과 재고주택간 가격차가 줄었다"며 "시장이 나아지고 있다는 인식도 작용했고 건설사들이 가격을 낮춰버려서 수요자들이 더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