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매시장 거래 줄고 위축되는데 반해 분양시장만 열풍
전문가들, 신규공급+저렴한 분양가+전셋값 상승 3박자 요인
분양가 의존도 커 자칫 한 순간에 열풍 끝날 수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한진주 기자]분양시장 '훈풍'이 지속되고 있다. '2ㆍ26 임대차 선진화방안' 발표 후 급격히 얼어붙은 매매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위례와 부산ㆍ대구 등 '되는 곳만 됐던' 열기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상 매매와 분양시장의 연관관계를 볼 때 이례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신규 물량과 낮아진 분양가, 전셋값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분양열기는 분양가 의존도가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4월 한달 동안 전국 65곳에서 총 4만4576가구 중 3만7180가구(임대ㆍ오피스텔ㆍ도시형생활주택 제외)가 분양한다. 이는 지난달 1만6264가구보다 2.2배 이상 증가한 물량으로 전년동기 1만7485가구보다도 2.1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최근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고 경기도 남동권 및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분양 성적이 좋아지면서 건설사들이 서둘러 분양 일정을 잡고 물량을 대거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분양 열기는 폭발적이다. 지난주 청약에 들어간 서울 돈암 코오롱하늘채, 동탄2신도시 경남아너스빌, 광주전남혁신도시 중흥S클래스센트럴, 강릉 유천지구 우미린 아파트 등이 모두 순위내 마감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이어갔다. 지난해 대구ㆍ경북, 부산 등에 국한돼 있던 실수요자들이 수도권을 비롯해 광주ㆍ강릉 등 전국적으로 몰리며 확산되는 형국이다.
반면 매매시장은 위축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서울 아파트매매시장은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올 들어 처음 기록한 내림세다. 특히 연초 수천만원대의 호가상승이 나타났던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0.13% 떨어져 전주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부동산팀장은 "2ㆍ26대책으로 매매시장 약세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6월 정부의 과세개편안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매시장의 '냉기'와 다른 분양시장의 '열기'에 대해 대규모 신규 물량과 낮아진 분양가, 전셋값 상승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분양가와 전셋값이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가다보니 이왕이면 새 아파트를 사겠다는 수요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가점제와 1순위 자격, 전매 제도 등 청약관련 규제가 대거 완화된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가격경쟁력도 중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신축과 재고주택간 가격차가 컸지만 지금은 별로 차이가 없다"며 "새집에 대한 수요, 가격경쟁력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같은 분양열기가 지속성을 가질 것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허 위원은 "올해까지는 신규 분양시장 좋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지방도 워낙 공급이 많아 올해는 꺾이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까지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반면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6월 과세개편안 발표 이후 보다 명확해지겠지만 국지적으로는 좋아도 전체적으로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청약경쟁률이 높아도 계약률은 높지 않은 경우가 많고 2~3년뒤 입주기 때문에 중도포기하는 사람이 많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첨언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팀장도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건설사들이 주변 재고주택 시장가격과 맞추는 등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오르면 현상유지가 어렵다는 얘기다.
양 팀장도 "공급이 늘어나 신규가 잘 팔리다보면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높일 수도 있다"며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부동산팀장 역시 "앞으로 위례 등 잘되는 지역의 알짜물량이 계속 나오기는 힘들기 때문에 분양시장을 무조건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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