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가 경사를 맞았다. 국가대표팀이 사용할 썰매가 제작된다. 대한항공이 지원한다. 항공기 부품 제작과 조립 사업으로 축적된 첨단 역학 기술과 복합 소재 제조 기술을 활용해 2인승과 4인승 썰매를 개발한다.
한국형 봅슬레이를 만드는 데는 100억 원이 든다. '불모지'로 통하는 국내 썰매 종목의 현실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지원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5)이 장비가 나빠 좋은 기록을 낼 수 없다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충을 전해 듣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봅슬레이 종목에서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선진국에서는 경기장과 선수 개개인의 특성까지 고려한 설계로 기록을 단축한다. 미국 대표팀은 BMW에서 제작한 썰매를 타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2인승에서 1952년 이후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는 등 메달 4개(은 1개 동·3개)를 획득했다.
전용 썰매를 갖게 된 한국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도전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팀은 2010년 밴쿠버 대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전용 봅슬레이를 보유했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국제대회에 나갈 때 대여해 쓰던 썰매를 구입했다. 자체 제작한 장비는 선수단의 경쟁력과 자긍심을 높여줄 것이다. 물론 책임감도 따른다.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 겸 한국체대 교수(41)는 "우리 기술로 만든 썰매를 타고 동계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며 "한국 봅슬레이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그는 또 "몸에 맞는 장비가 무조건 좋은 성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만큼 대표팀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이라고 했다.
기술적인 뒷받침에 걸맞은 내실도 필요하다. FIBT에 등록된 국가대표는 남녀 56명. 썰매 강국 독일(344명), 캐나다(232명)와 비교할 수 없다. 장비 제작을 위한 청사진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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