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애플이 삼성과의 '2차 특허소송'에서 타깃을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로 확대했다. 애플의 시도가 '신의 한 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애플의 전략이 성공하면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반을 흔들면서 향후 시장에서 애플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겠지만, 구글이 소송의 전면에 나서 '미국기업간 싸움'으로 확대되면 이번 2차 소송은 1차 소송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를 수도 있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법 새너제이 지원에서 시작되는 애플과 삼성전자간 2차 소송의 주요 판단 근거는 '구글 개발자들의 입'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관련 임원과 엔지니어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기 때문이다.
애플이 2차 소송에 내세운 특허는 단어 자동 완성(172 특허), 잠금 해제(721), 데이터 태핑(647), PC-스마트폰 데이터 동기화(414), 통합 검색(959) 등 5개로, 모두 안드로이드의 기본 기능에 해당한다. 애플은 구글의 레퍼런스(기준) 스마트폰인 갤럭시 넥서스도 특허 침해 제품군에 올리며 2차 소송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며, 애플 역시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애플의 공세는 스마트폰 시장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79%로,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스마트폰은 7억9300만대(출하량 기준)가 판매됐다. 반면 애플의 iOS 운영체제 점유율은 2012년 18.7%에서 지난해 15.2%로 밀렸다. 올해 역시 재차 밀리며 14.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가트너에 따르면 태블릿PC도 지난 해 안드로이드는 61.9%를 기록, 36%에 그친 iOS를 크게 앞섰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서 안드로이드 기본 기능에 대한 흔들기가 성공한다면 애플로서는 '포스트 잡스' 시대 중장기적 판도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애플의 시도가 자충수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미국 기업인 구글이 소송의 전면에 나서게 되면 애플·삼성간 전 세계 소송전의 핵심인 미국 재판에서 분쟁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며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미국에서 발생한 양사간 분쟁의 판단 기준에는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가 일부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필수표준특허(SEP) 침해' 제소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의 일부 아이폰·아이패드 모델에 대한 미국 판매금지 결정을 내렸으나, 오바마 정부는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기업 대 미국기업'의 싸움으로 번지면 배심원이나 정부나 결과적으로 '팔이 안으로 굽었다'고 볼 수 있는 판단을 내리기 힘들어, 그림이 더 복잡해진다"며 "이해관계가 합치하는 데다 특허동맹으로 무장한 구글과 삼성의 연합공격은 이번 소송의 흐름을 1차 소송 때와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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