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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책임경영 족쇄 풀어준 등기이사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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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

[아시아블로그]책임경영 족쇄 풀어준 등기이사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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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주총) 시즌이 왔다.
올해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오너 및 그 일가의 거취문제다. 자본시장법이 개정,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이사의 보수가 올해부터 공개되기 때문에 오너 및 그 일가의 등기이사 선임여부가 올해 주총의 최대 이슈다.


등기이사는 주식회사의 핵심기구인 이사회를 구성하는 멤버다. 이사회는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투자 등 회사의 중요 경영사항을 결정한다. 등기이사의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크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법적인 책임이 등기이사에 있다. 최대주주인 오너가 회사의 등기이사에 선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신이 소유한 주식에 대한 주권행사이기도 하다.

오너 및 그 일가가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 것은 과연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보수 공개때문일까. 일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오너들은 보수가 공개된다는 것만으로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지 않는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광기같은 여론이다. 연봉이 많다는 이유로, 나보다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주요 그룹 또는 기업의 오너들은 인터넷 상에서, 또는 술자리나 밥상에서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연봉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조 회장은 지난 2012년 메리츠금융지주로부터 11억원, 메리츠종금증권으로부터 28억원, 메리츠화재로부터 50억원 등 모두 89억원을 받았다. 47억원의 배당금까지 합하면 조 회장이 지난 2012년 회사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136억원이다.


조 회장의 보수 금액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조 회장은 결국 메리츠금융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오너에 대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서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단적인 예다.


조 회장의 인민재판식 여론을 지켜 본 국내 주요 그룹 또는 기업의 오너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는 자명하다.
주요 기업의 주총을 앞두고 이미 등기이사에서 사퇴한 오너들도 있고, 주총 때 재선임되지 않는 오너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공개를 피해기 위한 오너 및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사퇴는 분명 꼼수다.
하지만 이들이 꼼수를 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우리 사회다. 가진 자를 헐뜯고, 미워하는 사회구조가 이들을 꼼수로 내몰았다.


법 개정도 취지만 좋았을 뿐 오너 및 그 일가들이 꼼수를 부릴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줬다.
법이 개정되면서 우리 사회는 오너 및 그 일가의 책임경영을 요구할 수 없게 됐다. 등기이사는 오너의 법적 책임을 무한으로 물을 수 있는 일종의 사회적 족쇄였다.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오너의 경영참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경영활동을 할 것이고, 그 입김과 영향력은 변함없을 것이다. 결국 책임경영이라는 무거운 짐만 내려놓을 수 있게 해 준 셈이다.


경제민주화 열풍을 타고 개정된 5억원 이상 고액연봉자 보수 공개법은 두마리 토끼를 쫓다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바보 포플리즘법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조영신 기자 as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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