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불발됐다. 의결권 강화 방안의 핵심이 비리 경영진을 눈 감아준 사외이사의 연임을 저지하는 방안을 차기 회의에서 결정키로 한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 호텔에서 1차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지침은 다음달 주총부터 적용된다.
당초 개정안에는 횡령ㆍ배임을 저지른 경영진은 물론 이를 방조한 사외이사나 감사까지 이사회 연임을 막는 등 의결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은 계열사를 포함해 특정기업에 10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우나 이사회 출석률 75% 미만의 경우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규정만 개정했다. 현재 이사 선임에 반대할 수 있는 이사회 출석률은 65% 미만이다.
대기업 총수 등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비리 경영진을 방조한 사외이사나 감사의 연임에 반대할 수 있는 조항은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주총회 전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이날 개정된 지침에는 빠졌다.
앞서 국민연금은 투자 기업의 이사나 감사 선임 시 의결권 지침을 구체화하고 주주가치를 저해하는 임원을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24일 열린 국민연금실무평가위원회에서 처리했다.
개정안에는 기업의 이사 선임을 반대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고, 횡령·배임 경영진의 이사 선임 반대 기준인 '명백한 주주가치 침해'의 조항은 횡령 및 배임 행위와 법원 1심 판결 시점 등 선임 반대 대상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던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는 지난해 초반에도 의욕적으로 추진됐지만 지난해에도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양성일 복지부 기금정책국장은 "민주노총의 파업으로 노동계가 이번 회의에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이견이 있는 내용인 만큼 나머지 (의결권 강화 방안은)다음 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423조원(지난해 11월 기준)의 기금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84조원을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은 7%대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3%)보다 두 배 이상 많고 포스코(7.5%)ㆍ네이버(8.98%)ㆍSK하이닉스(9.15%) 등의 최대주주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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