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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재벌 총수 견제 강화 방안 보류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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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범죄 방관한 사외이사 재선임 반대 안건 심의 연기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재계 반대 등 부정적인 여론 의식한 듯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28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안건으로 올린 '2014년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 선임 반대 조항이었다.

기존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는 '과도한 겸임'이나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경우 이사 선임을 반대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횡령ㆍ배임을 저지른 기업 경영진은 물론 당시 함께 재임했던 이사들의 재선임에도 반대하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기금운용위에서는 이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재계의 반대가 심했던 데다 정부가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을 의식한 탓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들이 단순히 경영진들의 거수기 노릇을 했는지, 아니면 진정한 견제자 역할을 했는지 여부를 따지겠다는 취지였지만 기금운용위에 참석한 위원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워낙 논란이 많아 다음번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지배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합리적이고 신중해야지, 자의적으로 왔다 갔다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위는 다음번 회의에서 이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기금운용위는 통상 두달에 한번 정도 회의를 갖는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수단으로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제안했지만 재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때문에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기업 주주총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큰 손이지만 주총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날 기금운용위에서는 특정 기업 및 계열사를 포함해 10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했거나 이사회 출석률이 75% 미만인 사외이사는 재선임을 반대하는 방안만 통과시켰다.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유착관계를 끊겠다는 의도다. 이 지침은 내달 주총에 상정되는 안건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던 의사결정 내용을 주총 전에 사전 공개하는 방안도 보류됐다.


의결권 행사 강화와 별개로 향후 국민연금의 운용조직이 독립기구로 분리될 수 있을지도 최대 관심사였다. 현재는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다 보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적인 운용이 저해될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민간 상설기구로 독립시키는 법안은 지난 2008년 정부가 발의한 바 있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법안이 국회에서 막혔다.


그러나 문형표 복지부 장관는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현재 기금운용체제는 상당히 허술하다"며 "캐나다연금(CPP) 등의 사례를 참고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에서 독립된 별도의 특수법인이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CPP 사례를 참고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도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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