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예금 7% 빠져나가…그리브나 폭락에 외환보유고 바닥, 남부 지역 친러 시위 확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우크라이나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확산되는 등 국가부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남부 크림반도 지역에서는 연일 임시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늘어나면서 내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대규모 뱅크런 확산=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금융권의 예금인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빅트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된 지난 한 주동안에만 전체 예금의 약 7%가 빠져나가는 등 뱅크런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80명 넘게 목숨을 잃었던 지난 18~20일 3일 동안 무려 310억달러(약 33조305억원)의 돈이 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뱅크런은 통상 외환위기 직전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자국 통화가치 하락 등 악순환을 불러온다.
◇통화 급락·국채 급등= 실제로 우크라이나 그리브나화 가치는 25일 달러당 9.72그리브나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리브나는 올해 들어서만 18%나 폭락했다. 특히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하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도주하는 등 사태가 급변했던 최근 4일 동안에만 8%나 하락했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우크라이나의 대외채무는 250억달러에 달한다. 내년까지 우크라이나는 350억달러의 빚을 상환해야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15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았던 지난 2011년 4월 383억달러에 비해 53%나 쪼그라든 것이다.
정정불안이 확산되면서 우크라이나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11%를 넘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 21일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을 'CCC'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결국 국가부도를 피하지 못하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써 우크라이나가 기댈 수 있는 곳은 국제통화기금(IMF) 뿐이다. IMF와 자금지원 협상을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의 스테판 쿠비브 신임 총재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놓고 포괄적인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MF가 자금지원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강도 높은 경제개혁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당장 자금 수혈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크림반도 내전 위기 고조= 우크라이나 신임정부가 국가부도 위기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남부 크림반도에서는 내전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크림반도에서는 친(親)러시아 정권의 축출한 뒤 들어선 임시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크림반도 곳곳에서는 수천명의 주민들이 연일 친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 권한 대행에 임명된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회 의장은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분리주의 세력의 확산에 대해 우려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러시아 의회 대표단이 크림반도를 찾아 러시아계 주민들에게 자국 여권 발급을 간소화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와의 전면전을 벌이기 전 현지 주민에게 대거 자국 여권을 발급한 바 있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에서도 러시아계 주민들의 영향력이 가장 큰 지역이다. 전체 주민 200만명 중 러시아계가 60%인데다 '러시아 재편입'을 원하는 여론도 약 30%나 된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