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I am a real American, fight for the rights of every man(나는 진정한 미국인, 모든 이들의 정의를 위해 싸우지)."
기타리스트 릭 데린저의 'Real American(진정한 미국인).' 경쾌한 기타 선율과 보컬이 장내에 울려 퍼진다. 금발을 휘날리는 레슬러의 등장. 빵빵한 근육 때문에 티셔츠는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다. 링으로 향하며 연신 우락부락한 근육을 자랑한다. 관중은 일제히 연호한다. "호건! 호건!"
프로레슬링의 전설 헐크 호건(61)이 링으로 돌아온다. 4월 6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메르세데스 벤츠 슈퍼돔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레슬링(WWE) '레슬매니아'에 출연한다. 레슬매니아는 스포츠의 격렬함에 다양한 스토리를 곁들인 WWE의 연간 최대 이벤트로 올해 30주년을 맞는다. 빈스 맥마흔 WWE 회장은 "뜻 깊은 자리에 최고의 레슬러가 돌아온다"며 기뻐했다. 7년여만의 복귀에 호건은 "얼마나 흥분이 되는지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8만여 관중이 모두 내 팬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며 여유도 보였다.
호건은 더 이상 사각 링의 맹수가 아니다. 근육질 몸매는 여전하지만 이미 환갑을 넘겼다. 노쇠해 몸이 말을 안 듣고, 그래서 빅풋, 레그드롭 등의 화려했던 발 기술을 보여줄 수 없다. 최근 WWE 신체검사에서도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팬들은 개의치 않는다. 티셔츠를 양손으로 잡아당겨 찢고, 오른손을 관중을 향해 돌려 귀에 갖다 대며 환호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관중은 행복해한다.
호건의 인기는 대단했다. 미국 프로레슬링의 오늘을 있게 한 영웅이다. 1978년 링에 데뷔한 그는 1984년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아이언 셰익을 꺾고 WWF(WWE의 전신) 챔피언에 올랐다. 금발과 둘레가 24인치(약 61㎝)나 되는 팔뚝은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는 정의의 사나이 캐릭터와 어우러져 세계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88년 '거인' 안드레 더 자이언트에게 질 때까지 4년 동안 타이틀을 방어했고, 1989년과 1993년에도 챔피언에 올랐다.
챔피언답게 중후한 매력을 보인 호건은 일부러 이미지를 발랄하게 바꾸기도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신념을 잃지 말라는 이른바 '헐크 규칙'을 제정, 자신의 팬이 되려면 착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프로레슬링을 마땅찮게 여기던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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