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근로자와 사용자,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노동 현안이 수두룩하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게 부닥치는 난제들이 첩첩이다. 임금 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맞물려 있어 노사 개별 협상이나 논의를 통해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노사정 대화와 대타협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꼬여 있다.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법외노조화, 철도 파업 이후 정부와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과의 대화는 단절상태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마저 참여를 거부하면서 노사정위원회도 식물위원회로 전락했다.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지침,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으로 갈등의 불씨는 한층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박근혜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25일 노동탄압 분쇄,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등을 내세우며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노정 충돌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 한국노총을 방문해 김동만 위원장과 얼굴을 마주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방 장관은 대화를 통해 노정관계를 회복하고 산적한 노동 현안을 풀어가자는 뜻을 전했다. 방 장관은 "경색된 노정 관계 복원을 위해 발로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민주노총에도 대화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노정이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텃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통상임금을 비롯한 노동 현안들은 노사정 관계가 정상적으로 복원되지 않고는 제대로 풀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임금 조정 등은 기업뿐 아니라 노조의 기득권 포기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노사정 대립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일자리 창출도, 공공기관 개혁도,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어 노동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도 대화를 외면해선 안 된다. 근로자의 권익과 직결된 노동 현안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주장만 내세워 사측의 입장이나 제안을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대화의 틀 안에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간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노동계도 노사정위에 복귀하는 등 대화와 공론의 장을 정상화시킬 의무가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