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뉴욕 월가의 전문가들이 향후 미국 증시 전망을 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새해들어 6주가 지난 상황에서 좀처럼 증시와 자금 흐름의 일관된 방향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화두는 “증시가 잠시 쉬었다가 갈 것인가, 상당한 조정이 닥쳐올 것인가”다. 올 초만해도 전자에 압도적인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야가 흔들리며 의견도 분분해진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최근의 '수상한 돈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시티그룹과 펀드조사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1주일간 주식형 펀드에서 28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대규모의 자금 유출이다. 당시엔 미 정치권의 부채상환 협상 실패에 대한 공포로 인해 증시가 폭락했었다.
증시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은 올들어 뚜렷한 추세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올해초 월가에선 미국 경제와 글로벌 경제에 대한 강한 낙관 속에 미국 증시 역시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나선다고 해도 자금은 오히려 금리 인상을 두려워한 채권 펀드에서 주식형 펀드로 대거 몰려들 것이란 예상이 압도적이었다. 이른바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대순환론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주 채권형 펀드에는 무려 148억달러가 유입 됐다. 신흥국 경제는 물론 중국과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하면서 예상치 못한 불안심리가 작용하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부각된 때문이다. 월가의 기관 투자자들도 지난해 30%에 가까이 오른 주식시장보다는 채권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는 모습이다.
연초의 예측과 전망이 줄줄이 빗나가면서 월가에서도 당황이 기색이 역력하다. 1월초 다우지수 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 “잠시 쉬어갈 때가 됐다”는 분석을 내리던 여유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CNBC도 10일(현지시간) 최근의 흐름이 단순히 단기 매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최근 월가의 금융정보지 가트먼레터의 데니스 가트먼 발행인은 “이것이 약세장이라고 결코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앞으로 매우 심각하고 지속적으로 조정 국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 지수가 앞으로 15% 가량 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근철 기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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