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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동부하이텍 해외매각 허용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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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논란도 감수
매각 무산 피하려 결단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산업은행이 동부하이텍 매각을 해외 업체에도 허용하기로 한 것은 '딜(거래) 무산'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이 고심 끝에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인데, 이에 따른 기술 유출 논란은 피해 가기 힘들 전망이다.

과거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매각할 때도 기술 및 국부 유출 논란이 있었다. 채권단이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 매각 방침을 정하고 미국 마이크론에 메모리반도체 부문을 매각하기로 양해각서(MOU)까지 맺었으나 하이닉스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론도 해외 매각에 부정적이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7일 "당시 채권단은 문제가 되는 회사는 무조건 판다는 입장이었다"며 "이사회의 결단과 여론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SK하이닉스는 없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그때 마이크론에 넘어갔다면 핵심 기술만 빼 가고 버려졌을 것"이라며 "국가의 핵심 사업을 시장논리로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이닉스와 동부하이텍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시 하이닉스는 종합반도체회사로서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 2위를 점하고 있던 선두 업체였다. 반면 동부하이텍은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파운드리(수탁생산)만 하는 업체인데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이 2%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로 매각되더라도 동부하이텍의 입지나 기술력 등을 고려할 때 기술 유출로 인한 국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부하이텍 임직원들의 고용 안정성과 해외 업체에 매각된 뒤 국내 사업장이 정상 가동될 수 있을지 여부다.


실제 2002년 하이닉스의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였던 하이디스가 중국 BOE에 팔린 뒤 LCD 관련 첨단 기술들이 대거 중국으로 유출됐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디스플레이산업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현재 하이디스의 국내 사업장은 고사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하이텍이 중국 업체에 넘어갈 경우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동부하이텍은 국내 매출 비중이 40%대인데 대부분이 중소업체들이다. 동부하이텍이 해외에 매각된다면 이 업체들은 앞으로 대만 등 해외 업체에 반도체를 주문해야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소업체들의 물량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소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시스템반도체산업을 키우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짜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스템반도체의 한 축인 동부하이텍이 해외에 매각되는 것은 손실이기 때문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반도체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국내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서였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이 해외에 매각된다면 14년간 해온 업력들이 무의미해지며 국내 반도체산업 발전도 저해될 것"이라며 "지금 추가 투자가 필요한 단계인데 해외 업체에 넘어간다면 투자는 멈추고 기술 및 인력만 빠져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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