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생산 판매 3배 늘고 내수 비중 15% 아래로
러시아,인도,브라질 신흥 시장 점유율 크게 늘어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기아자동차는 2003년 국내외에서 만든 차 10대 가운데 4대 정도를 국내에서 팔고 나머지는 해외에 팔았다. 10년이 흐른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내수비중은 15% 아래로 떨어졌다. 이 기간 글로벌 생산판매는 3배 정도 늘었고 전 세계 완성차업계 순위는 7위에서 5위로 뛰어 올랐다. 완연한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로 거듭났다.
최근 10년간 전 세계 주요지역별 판매추이를 보면 이 같은 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이 꾸준히 늘었다. 러시아에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1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점유율 역시 2% 남짓했던 수준에서 13.6%로 증가, 르노닛산과 현지업체의 합작법인을 제치고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2003년 처음 진출한 중국에서도 현지 시장이 커지는 이상으로 판매량을 늘려 왔다. 10년 전 판매량은 10만대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는 157만7574대로 늘어났다. 현대차의 경우 단일 브랜드로는 세번째로 연간 100만대 판매를 넘기기도 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이 현지 합자법인을 통해 연간 100만대 판매를 넘긴 데 걸린 시간은 20년이 넘은데 반해 현대차는 11년 만에 달성했다.
인도시장에서는 지난해 15.4%의 점유율로 현지 업체 마루티스즈키에 이은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막대한 관세 탓에 외국 메이커가 쉽게 접근하기 힘든 브라질에서는 적기에 현지공장을 설립, 10년 전 0.2%에 불과하던 점유율을 지난해 6.8%까지 끌어올렸다. 현지 진출해 있는 메이커 가운데 여섯번째로 높다.
선진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선전도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신흥시장에서 선두권에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성적표지만 미국이나 유럽, 일본 메이커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서도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주력시장으로 삼아 온 미국에서 지난해 판매량과 점유율은 125만여대 8%대로 10년 전에 비해 두배 정도 늘었다. 유럽 내 판매량 역시 2003년 35만대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76만대까지 늘리며 점유율 6%대를 돌파했다.
현대기아차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건 전 세계 거점별 생산시설을 구축하면서 적기에 공급가능한 체계를 구축한 측면이 크다. 최근 3~4년만 놓고 보면 외부변수도 적잖이 작용했다.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꼽히는 일본업체가 각종 자연재해로 삐걱거린 데다 도요타의 미국 리콜 등은 결과적으로 현대기아차에 긍정적인 결과를 안겨줬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들어 신형 제네시스나 K9과 같은 고급세단을 미국ㆍ유럽 등 선진시장에 잇따라 내놓기로 한 건 단순한 라인업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간 중소형 차량을 위주로 외형을 확대해 확고한 글로벌 메이커 반열에 올랐다면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질적성장이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와 같이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모터스포츠에 출사표를 던진 일이나 올해 생산ㆍ판매 목표치를 과거에 비해 낮게 정한 것도 이 같은 배경때문으로 풀이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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