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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대통령이 전지훈련 막았던 한국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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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대통령이 전지훈련 막았던 한국 스포츠 전지훈련 떠나는 프로야구 삼성 선수단[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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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서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꾸린 축구 국가대표팀이 브라질 파라나 주 포즈 도 이구아수 시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인데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라고 한다. 브라질에서 일주일 동안 머무는 대표팀은 미국으로 이동해 세 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2주일간 훈련을 더 하고 다음달 2일 귀국한다. 미국에서는 한 장소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로스앤젤레스, 샌안토니오 등을 오간다. 이런 일정으로 3주 동안 선수 23명, 코칭스태프 5명을 비롯해 지원 인력까지 30명 이상의 인원이 움직이려면 적잖은 비용이 필요하다.

같은 시기 프로야구 9개 구단은 미국, 괌, 사이판, 오키나와 등지에 2014시즌을 대비한 스프링캠프를 마련했다. 전지훈련은 3월 초까지 이어진다. 참가 인원은 축구보다 훨씬 많다. 50명 정도의 인원이 45일 가량 국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는데 대체로 1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잡아 100만 달러의 큰돈이다.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풍경이다. 대부분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했는데 강릉, 진해 등지에서 부러진 배트를 불쏘시개 삼아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만든 난로에 넣고 추위를 달랬다. 당시의 일은 어느덧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얘기가 됐다.

국외 전지훈련은 국가대표팀이나 프로구단만 가는 게 아니다. 학교 팀도 너도 나도 외국에 나가 훈련한다. 달러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글쓴이는 최근 천영석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만났다. 그는 1973년 사라예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 요인 가운데 하나로 대회 전 프랑스 파리에서 한 달 동안 펼친 전지훈련을 꼽았다. 막 경제 발전기에 접어든 그때 10명이 넘는 남녀 선수단이 유럽에 머물며 쓴 훈련비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을 터. ‘코로나’ 자동차로 유명한 신진자동차공업의 김창원 회장이 협회를 맡아 전폭적인 지원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사비를 털어 코르비용컵(여자단체전 우승컵의 명칭)을 한국으로 갖고 온 것이다.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대통령이 전지훈련 막았던 한국 스포츠 축구대표팀[사진=정재훈 기자]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스포츠계에는 돈 때문에 벌어진 가슴 아픈 일이 꽤 많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1만4천 달러 사건'이다. 한국전쟁의 포성이 여전했던 1952년 12월 마산에서는 제 1회 대통령배쟁탈전국축구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이듬해 제 3차 동남아 원정 선수단 선발전을 겸했다. 대회를 마친 뒤 꾸려진 원정 선수단은 1940년대 후반 여자 축구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김화집 선생이 감독을 맡았다. 트레이너에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축구의 ‘거목’ 김용식 선생이 선임됐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푸스카스(헝가리)의 강슛을 막은 홍덕영(GK), 1970년 멕시코월드컵 해설로 올드 팬들에게 이름이 익숙한 주영광(HB), '아시아의 황금발' 최정민(FW) 등 21명의 선수가 뽑혔다. 선수단은 이듬해 1월 진해에서 합숙 훈련을 하는 등 의욕적으로 원정을 준비했다. 그러나 출국을 며칠 앞두고 이승만 대통령이 외화 사용 허가서에 결재를 하지 않았다. 원정 비용은 1만4천달러로 예상됐다. 꼭 원정을 가야 한다면 경기를 해 번 돈으로 국고에서 지출한 비용을 귀국 즉시 갚으라고 했다.


선수단은 홍콩에서 아홉 차례, 싱가포르에서 네 차례 경기를 한 뒤 귀국했다. 노력에도 1만4천 달러를 벌어 오진 못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크게 화를 냈고, 이 돈은 훗날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배당금 9천달러와 대한축구협회 회장단의 도움으로 겨우 갚았다.


이보다 앞선 1952년 3월 서울운동장에선 그해 7월 열릴 헬싱키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전(축구)이 벌어졌다. 구기 종목 가운데 축구와 농구는 1948년 런던 올림픽 때처럼 서로 올림픽에 가려고 경쟁했다. 이때 이승만 대통령은 인원이 많은 구기 종목은 비용이 많이 드니 가지 말라고 했다. 4년 전 두 종목 선수들은 미군의 도움으로 런던에 갈 수 있었다. 더글라스 맥아더 태평양 주둔 연합군 사령관이 존 하지 주한 미군 사령관에게 지시해 미 군정청의 도움을 받았다. 헬싱키 대회에선 두 종목 모두 출전 길이 막혔다. 대신 최윤칠(마라톤 4위), 김성집(역도 동메달), 강준호(복싱 동메달) 등 21명의 단출한 선수단이 출전했다. 축구와 농구가 갔으면 40명이 넘는 큰 규모의 선수단이 돼 경비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대통령이 전지훈련 막았던 한국 스포츠 손연재[사진=정재훈 기자]


출전비용을 모금한 사연을 보면 두 종목은 올림픽에 서로 가겠다고 다툴 일이 아니었다. 전쟁을 하고 있던 정부는 돈을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KOC 마크가 새겨진 배지를 국민에게 팔았다. 국회의원은 세비의 10%를 내놓았고, 공무원들은 직급별로 차등해 모금했다. 군인들도 십시일반 출전비를 보탰다. 제임스 밴 플리트 주한 미 8군 사령관은 7천 달러씩 두 차례나 기부금을 냈다.


반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달러의 가치는 나라의 경제력이나 환율에 관계없이 소중하다. 알뜰하게 쓰고 소기의 목표를 이뤄야겠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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