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투입·18년 개발 신약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뚝심'이 중국에서도 통할까. 김승호 회장의 전격적인 지원을 받고 태어난 토종 신약 '카나브'가 터키·멕시코·브라질·러시아에 이어 중국에 진출한다. 조만간 중국 내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2018년께 국산 고혈압약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보령제약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창경궁로 보령제약 본사에서 중국 글로리아제약과 8000만달러 규모의 '카나브 중국 독점판매 라이선스 아웃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이 원료를 공급하고 글로리아제약이 카나브 완제품을 생산하는 식이다. 이 대가로 보령제약은 기술료를 받는다. 계약 이후 제품 개발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중국 내 임상 3상이 진행된다.
보령제약은 앞으로 10년 내 매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3조원 규모의 중국 고혈압약 시장에서 현재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디오반)가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1위를 하고 있다"면서 "카나브를 통해 향후 10년 내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15호 신약인 카나브(2010년)는 김승호 회장의 뚝심으로 탄생했다. 카나브 개발까지 연구개발(R&D) 기간 12년, 총 500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후보물질을 합성하기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꼬박 18년이 걸렸다.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신약 개발에 10년 넘게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신약 없는 설움 때문이었다. 김 회장이 1960년대 용각산(일본)과 겔포스(프랑스)를 들여올 당시 무작정 해외 제약사를 찾아가 기다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해외 제약사로부터 문전박대를 받으면서 김 회장은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각오를 새겼다고 한다. 이후 개발 과정에서 수차례 고비를 맞을 때마다 김 회장은 끝까지 해보라며 연구진들을 격려했다.
카나브는 토종 신약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글로벌에서 상업적 성공의 열매를 하나씩 거두고 있다. 보령제약은 앞서 지난 2011년 멕시코 스텐달과 3000만달러 어치의 카나브 수출(특허기술 용허가 포함) 계약에 성공했고, 이듬해에는 브라질 제약사 아쉐와 4310만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스텐달과 맺은 카나브 복합제 '카나브플러스' 수출 계약까지 더하면 누적 수출 계약 금액이 1억달러를 넘는다. 이번 중국 계약 건까지 추가하면 약 2억달러를 달성, '국산 신약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편견을 뒤집고 있다.
최태홍 보령제약 대표는 "세계 최대 파머징 마켓인 중국에 진출한 것은 글로벌 신약으로의 도약 기반을 확고히 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성장하는 중국 고혈압 시장에 맞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중국 고혈압치료제 시장 1위를 달성해 국내신약으로써 글로벌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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