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연비 과장 문제로 집단소송을 당해 1년가량 재판을 받아온 현대기아자동차가 원고 측과 대규모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한다. 2011~2013년형 현대차와 기아차를 구매한 미국 내 소비자 90여만명에게 총 3억9500만달러(4190억원)의 보상을 한다는 안이다.
지불방식은 일시불과 소유기간 중 연료비 보상 프로그램 혜택의 둘 중 하나를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합의됐다. 보상대상 차종은 아반테ㆍ액센트ㆍ제네시스 등 현대차 8종과 소울ㆍ스포티지 등 기아차 5종 등 모두 13종이다. 미국 법원은 내년 초에 이 화해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안이 수용되면 해당 차종 현대차 구매자 60만명은 1인당 평균 353달러(37만여원), 기아차 구매자 30만명은 1인당 평균 667달러(70만여원)를 보상받게 된다.
지난 주말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진 이 소식은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연비 관련 불만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이번 보상 합의는 미국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우리나라 소비자와는 무관하다. 국내에서도 그동안 자동차 연비 뻥튀기에 대해 소비자들이 여러 경로로 불만을 표시해왔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업계는 일관되게 책임을 부인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법원도 자동차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소비자 2명이 연비 과장 광고로 피해를 보았다며 1인당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얼마 전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라면 실주행 연비가 표시 연비와 다를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법원의 판결은 소비자들로부터 일반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 환경청이 현대기아차에 대해 연비 과장 판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연비 측정ㆍ표시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으나, 구체적인 대책을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연비 문제를 조속히 글로벌 기준에 맞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회사가 국내외에서 제2, 제3의 집단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 차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에 현대기아차와 정부는 서둘러 응답해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