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드디어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이 탄생한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차기 기업은행장에 권선주 부행장을 임명 제청했다. 시중은행에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35년 동안 은행 생활을 한 주인공이 유리천장을 뚫은 것이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조준희 현 행장에 이어 내부 출신이 연속 행장을 맡는 점도 고무적이다.
여성의 부드러우면서도 꼼꼼한 일처리는 서비스산업인 금융업의 성격에 맞다. 특히 권 내정자는 은행 생활의 대부분을 지점과 고객센터 등 영업현장에서 보냈다. 그만큼 디테일에 강해 앞으로 고객 보호와 창구 영업 등 은행의 업무 스타일을 상당 부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여성 인구는 올해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르렀다. 남아선호 사상이 바뀌고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길어진 결과다. 인구 비율은 남녀 균형을 이뤘지만 여성의 사회ㆍ경제활동에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지난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49.9%)은 남성(73.3%)보다 23.4%포인트 낮다. 취업 때 남자보다 불리한 경우도 있지만 여성의 '경력 단절'이 큰 이유다. 취업을 했다가도 출산과 육아를 위해 퇴직하거나 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권 내정자와 함께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던 언니와 여동생도 지점장에 오르지 못하고 그만뒀다고 한다.
여성 대통령이 나온 나라이지만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여성의 고위직 비율은 여전히 낮다. 전체 국가직 공무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48%인 반면 4급 이상 여성공무원은 7.3%에 머문다. 10대 그룹의 여성 임원 비율은 1.5%로 더 낮다.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낡은 관습과 인사ㆍ승진 제도 등 유리천장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아직 이런 실정이니 첫 여성 은행장이 뉴스가 되는 것이다.
진정한 남녀평등 사회를 이루려면 여성이 남성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여성인력 활용과 육성은 양성평등 차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력이 줄고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여성인력 활용은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경력 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출산ㆍ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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