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홍콩ㆍ동남아ㆍ중남미ㆍ아프리카 등 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했다. 중국 정부의 노력은 가시적 성과를 얻고 있다. 올해 수출은 10월까지 1조8005억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늘어났다. 주요 수출 대상 지역을 보면 홍콩이 17.6%를 차지해 최대이고 그 다음으로 미국 16.5%, EU 15.3%, 아세안 8.7%, 일본 6.7% 순이다.
한국에 대한 수출은 755억달러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2007년 수출 대상 지역 비중은 EU 20.3%, 미국 19.1%, 홍콩 15.1%, 일본 8.4%, 아세안 6.8%, 한국 4.6% 순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미국ㆍEUㆍ일본 등에 대한 수출 비중이 줄어든 데 비해 홍콩과 아세안 비중은 늘어났다.
중국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지난 18일 선단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실크로드 경제벨트 추진과 해상 실크로드 구축'을 위해 중국이 관련 국가와 실행 방안을 논의할 것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조건이 되는 국가에는 경제무역합작구역을 설립하고 중국 기업의 진출을 지원한다고 했다. 이제 중국은 그동안 접경지역에 구축해 놓은 수출기지를 통해 주변국 시장까지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중국의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자. 중국은 총 14개 국가(북한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타지크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네팔 부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와 인접했다. 중앙정부 및 지방 차원의 개발 프로젝트를 대거 추진하면서 공략을 준비했다. 북한ㆍ몽골ㆍ러시아와 접경한 동북지역에서는 랴오닝 연해경제벨트 구축(2009년 7월), 지린 창지투 개발계획(2009년 8월), 헤이룽장과 네이멍구동북부지역 개발(2013년 8월) 등이 국가급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서부 접경지역에서 신장 및 시장(티벳) 진흥계획 추진과 광시 북부만 경제구역 개발이 한창이다.
중국의 주변국 공략 목표는 뚜렷하다. 올 10월까지 중국의 14개 접경국가에 대한 수출은 1577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5.7% 늘어났다. 특히 베트남에 대한 수출은 46.7%, 라오스 수출은 31.4%, 카자흐스탄 수출은 21.7% 늘었다. 주변국에 대한 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로 2007년(7.1%)보다 1.7%포인트 늘어났다.
중국의 방향은 분명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경제위기 여파로 휘청대는 EU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 감소를 받아들이는 한편 접경국가와 그 주변지역에 대한 공략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당장 내년부터 우리나라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이 1993년부터 대중국 무역에서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1993년~올 10월 무역흑자 3841억달러)하면서 중국 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우선 동북3성으로부터의 압력이 커진다. 2001년 이후 한국은 동북3성과의 교역에서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 2008년 35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해 무역적자도 24억달러다. 랴오닝ㆍ지린ㆍ헤이룽장의 프로젝트가 가속화됨에 따라 이 지역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수출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동남아ㆍ중남미ㆍ아프리카 등지의 수출시장에 대한 한국과 중국 기업 간의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제 우리도 정부와 기업 및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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