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가 세계 100대 혁신기업을 발표했다. 미국기업이 39개로 가장 많고 다음이 일본(11개), 프랑스(7개) 순이다. 중국은 독일, 영국과 공동으로 5개 기업의 이름을 올렸고, 인도와 브라질 기업도 3개나 보인다. 아쉽게도 한국기업은 한 곳도 없다. 선정기준으로는 최근 12개월의 매출 증가율과 지난 5년간의 연평균 투자 수익률 등을 참조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주가에 반영된 미래 혁신 성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혁신 프리미엄)에 따라 순위를 정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및 고객관계관리(CRM)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세일즈포스닷컴이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의 최대 포털 업체인 바이두가 6위를 차지해 아시아에서는 최고 순위다. 다른 4개 중국기업은 허난 쌍회투자발전(11위), 텐센트(18위), 꾸이저우 마오타이(46위), 차이나오일필드서비스(64위) 등이다. 혁신기업으로 알려진 하이얼, 화웨이, 레노바 등은 리스트에 없다. 어떤 기준에서 보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어쨌든 이는 외부에서 중국 기업을 들여다본 결과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혁신기업을 어떻게 보는가? 바이두 사전에 따르면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을 혁신적이라 정의한다. 현재 중국에는 이러한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2009년 7월 중국기업평가협회가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허가를 받아 개최한 '제1차 중국기업 자주혁신 포럼'은 늘어나는 혁신기업을 점검하는 최초의 자리가 되었다.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제3차 포럼에서는 에너지, 전자정보, 바이오, 장비제조, 에너지절감 및 환경보호 등 5대 산업으로 구분하여 분야별 100대 혁신기업 총 500개 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평가기준에는 혁신과 관련된 자금ㆍ인력 투입, R&D 비중, 가치 달성, 네트워크 활용, 혁신 조직, 혁신 성과 등 평가항목이 들어있고 각 항목마다 2∼3개의 세부지표를 두었다. 평가항목과 세부지표의 비중에 따른 가중치로 최종 혁신지수를 얻었다. 통신장비 민간 업체인 화웨이가 10점 만점에 9.9123점을 받아 500개 기업 중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꼽혔다.
화웨이는 1987년 창립 초기부터 혁신적인 기술과 경영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초기 기술인력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기술을 중시했고, 경쟁사보다 2배의 연봉을 주면서 우수인력들을 파격적으로 대우했다. 현재도 연구개발 인력 비중은 45%에 달한다. 또한 혁신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군대식의 팀워크와 스피드를 강조했고, 기술 도입보다는 혁신을 통한 자체개발에 초점을 두었다. 그 결과 창립 23년 만인 2010년에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2013년 315위 기록). 2012년 매출은 350억 달러에 달한다. 현재 화웨이 외국인력 비중은 전체(15만명)의 28%에 달할 정도로 국제화 수준도 높다.
이제 혁신적인 화웨이는 우리에게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온다. 당장 중국 내수 시장에서 화웨이와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경쟁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어진다. 이처럼 우리가 먼저 시작했고 앞서 있던 전자정보나 장비제조 분야에서조차 중국 기업의 압박을 받고 있으니 우리와 시작 시점이 비슷한 바이오, 에너지절감 및 환경보호 분야에서는 경쟁 압력이 더욱 크다.
특히 이 두 분야의 중국의 100대 혁신 기업 리스트를 보면 대부분 우리에게는 생소한 업체들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올라온 기업들이다. 1위 기업이 쓰러진다 해도 그 뒤에 10개, 100개 기업이 대기하고 있다. 몇 개 기업만을 바라봐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어둡게만 보이는 것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김창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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