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올 회사채발행 6조…SK-LG-포스코가 뒤이어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올해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공기업이 14년 만에 민간기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고 STX·동양 사태가 터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 민간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23일 코스콤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20일 현재까지 민간과 공기업을 포함해 그룹별 회사채 발행액을 살펴보니 한국전력공사와 관련 자회사는 회사채 6조1205억원을 발행(사모 포함, 증권신고서 기준), 발행액 기준 선두에 올라있다. 이어 SK(5조2186억원), LG(3조8700억원), 포스코(3조1000억원), 삼성(2조8500억원) 순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전의 '1위' 자리가 눈에 띄는 건 회사채 발행 실적이 집계된 지난 2000년 이후 선두는 항상 민간기업이 차지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발행액 1위 자리는 SK가 10번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고, 현대차가 2번(2006년, 2005년), LG가 1번(2000년) 각각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SK는 5조2450억원을 발행해 선두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한전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올해 채권 시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약세를 보였다. 금리는 연초 국고채 10년물 기준 3.190%에서 20일 현재 3.626%로 0.436%포인트 상승했다. STX와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기도 했다. 특히 리테일 채권 판매에 강세를 보였던 동양증권이 타격을 입으며 신용등급 BBB급 이하 기업도 회사채 발행을 줄였다.
한전 자회사는 그동안 프로젝트 파이낸싱(PF)보다는 저금리를 이용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발전설비 자금 등을 조달해 왔다. 올해 한국수력원자력은 1조7400억원 회사채를 발행해 한전 자회사 중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했고, 한국남부발전(1조2800억원), 한국남동발전(1조1005억원) 등도 1조원 넘게 자금을 확보했다. 이들은 공사채이고 신용등급도 AAA로 우량해 기관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한전 자회사의 회사채를 가장 많이 인수한 증권사는 KB투자증권으로 8200억원을 인수, 전체 회사채 중 13.39%를 가져갔다. 이어 대신증권(7557억원, 12.34%), 대우증권(7245억원, 11.8%), 삼성증권(5700억원, 9.31%), 우리투자증권(4800억원, 7.84%) 순이었다.
김은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계열사가 많다보니 기존에도 회사채 발행량이 많았다"며 "우량등급에 공사채라는 메리트가 겹쳐 올해 발행액 1위를 기록했다"고α 말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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