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개시 시기가 내년 1월로 정해졌다. 시장이 예상했던 '완만한 축소'가 예고되면서 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이후 이어질 물가 및 실적 등 내부 이슈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내년 밸류에이션, 실적 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IT, 자동차, 금융 관련주 및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종목에 대한 대응이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 미국의 테이퍼링이 결정됐으나 주식시장은 오히려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테이퍼링 우려가 이미 국채수익률, 통화가치 등에 상당부분 이미 반영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테이퍼링이 마무리되면 실업률, 물가 등을 고려해 2015년 상반기에 금리인상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업률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가 금리인상 시점을 결정할 전망이다.
2011~2013년 동안 선진국대비 신흥시장의 저평가가 더 확대되는 추세다. 기간상으로 보면 신흥시장의 소외가 과거 두 차례보다 더 장기화된 상황이다. 신흥시장의 저평가 정도는 2008년 금융위기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미국 테이퍼링으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흥시장 저평가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3년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포트폴리오다. 2014년 밸류에이션, 실적 성장률 등을 감안하면 IT, 자동차, 금융과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종목들에 대한 대응이 유효할 것이다. IT, 자동차는 원·엔 환율하락, 통상임금 이슈 등으로 투자심리가 부정적이나, 수익성의 잣대가 원·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 국내외 증시환경을 둘러보면 이제부터는 기업실적 등 내부 변수에 주목해야 할 시기로 판단된다. 지난 5월 이후 글로벌 증시의 최대 화두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이 신중하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2012~2013년 동안 개별 기업들의 연간 순이익증가율과 연간 주가수익률은 두 해 모두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이익증가율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의 수익률 격차는 2012년 34.5%, 2013년 30.6%로 평균 30% 이상 차이가 났다. 2012년은 대체로 플러스 수익률을 나타낸 반면 올해는 기업실적에 따라 주가수익률이 크게 차별화됐다.
2011년과 2012년은 주가수익률이 정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직전해 수익률 상위그룹이 하위그룹 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다. 2012년과 2013년의 경우는 반대다. 직전해 수익률 하위그룹이 낙폭과대에 따른 가격메리트 바탕으로 상위그룹 보다 나은 성적을 보이긴 했지만,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중위그룹이다.
직전해 주가수익률 보다는 당해 이익증가율이 당해 주가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고 일관적이다. 당해 주가수익률 순위는 이익증가율 순위와 일치한다. 직전해의 주가수익률은 그 다음해 주가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일관적이지 못하다. 다만 직전해의 주가수익률이 높았지만 당해 실적이 나빠지면 수익률은 나빠진다.
◆김승현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12월 FOMC회의에서는 말이 많았던 테이퍼링이 시작됐다. 일단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연준이 시작한 정책후퇴가 완만하다는 평가를 내릴만 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1월 중순에 발표할 12월 회의 의사록을 통해서 좀 더 세세한 내용을 살피려 하겠지만 빠른 정책 후퇴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014년중에도 8번의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고 이중에서 경제전망에 대한 수정이 있는 4번의 회의(3, 6, 9, 12월)가 정채 후퇴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결정이 가능한 통화정책 회의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통화정책 회의 때마다 12월과 유사한 정책에 대한 우려가 반복된다면 12월의 결정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고, 연중 내내 시장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우려에 지배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차원에서 연준은 향후의 정책 속도를 결정함에 있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이다.
10월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서 확인된 것은 테이퍼링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 다른 정책수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초과지준 부리(IOER)의 인하다. 실업률이 6.5%를 하회해도 물가가 2% 이하에 머물 경우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실질적으로 '에반스룰'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11월에 7.0%까지 하락한 미국 실업률은 경기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업률 개선은 고용증대 뿐만 아니라 고용시장으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하는 경제활동 참여율의 감소 효과가 동시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제활동 참여율을 가정한다면 현재의 미국의 실업률은 7%보다 1%포인트는 더 높은 8%대 초반이다.
현재 63%까지 하락한 경제활동 참여율이 2000년대 평균 66%까지 올라간다면 이것만으로도 740만명의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다. 아무리 낙관적인 가정을 도입해도 향후 1년 내에 이 정도의 고용이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미국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1%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단순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월에 1.2%이고, 연율로 환산한 전기비 물가상승률은 1.1% 수준이다. 과거 12개월 정도의 물가상승 흐름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미국의 물가상승 속도는 상반기 내내 1% 내외 수준에 머물게 된다.
이미 정책후퇴가 시작됐기 때문에 정책 후퇴의 가속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은 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은 항상 경기에 대한 조건부 반응이었고, 시장이 예측 가능한 속도로 진행돼 왔다. 그리고 그 예측의 가늠자를 물가로 제시했다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통화정책 후퇴속도의 가속 가능성이 매우 낮은, 즉 정책 불확실성이 낮은 안도구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미국 경제지표, 그리고 다시 유로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해진다면 시장은 7~8월과 유사한 위험선호를 확대해가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