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단한 기준 단순화…유예는 1회만 적용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중소기업 범위 기준이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으로 단순화된다. 상시근로자·자본금 등의 기준은 폐지된다. 1966년 중소기업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47년 만이다.
중소기업청(청장 한정화)은 중소기업계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 같은 골자의 개편안을 마련, 11일 오전 개최된 2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했다.
향후 중소기업은 근로자·자본금 등 생산요소가 아닌 3년 평균 매출액만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매출액 상한선은 1500억원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상한선은 1000억원이지만 업종 특성상 높은 매출이 발생하는 전기장비, 의복, 가방·신발, 펄프·종이, 1차금속, 가구 등 6개 제조업은 매출액 1500억원까지 중소기업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담배·자동차·화학·금속가공 등 12개 제조업과 건설업, 광업, 도·소매업, 농·임·어업, 전기·가스·수도사업의 경우 매출액 1000억원을, 음료·인쇄기 등 6개 제조업과 6개 제조업(음료, 인쇄·복제기, 의료물질·의약품, 비금속광물, 의료·정밀, 기타제품 제조), 운수, 하수처리 및 환경복원, 출판·정보서비스업 등의 경우 매출액 800억원을 상한선으로 정했다.
이 밖에 수리·기타 개인서비스, 사업지원 서비스업, 과학·기술 서비스업, 보건·사회복지사업, 예술·스포츠 관련 서비스업 등 5개 서비스업은 600억원, 숙박·음식, 금융·보험, 교육서비스, 부동산·임대업 등은 400억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기준과 비교하면 새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전기장비 업종의 경우 현행 범위기준은 '근로자 300명 혹은 자본금 80억원'으로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살펴야 하지만, 개편 후에는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으로 단순화된다. 숙박·음식점업의 경우도 기존에는 매출(200억원)과 근로자(200명) 기준을 모두 따져야 했지만 이제는 매출(400억원)만 따지면 된다.
이번 개편을 통해 중소기업 759개사가 졸업하고, 중견기업 684개사가 다시 중소기업에 편입돼 실제 줄어드는 중소기업 개수는 75개사에 불과하다. 전체 기업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큰 변화는 없다.
중기청은 향후 민·관 공동으로 '중소기업 범위 조정위원회'를 구성, 매출액 기준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매 5년 단위로 검토·조정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 범위와 관련해 유예·M&A·외투기업·창업 관련 제도도 정비했다.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유예기간(3년)은 최초 1회로 제한, 기업들이 중소기업 혜택을 노려 회사를 축소하거나 분사하는 것을 막는다.
이번 범위개편으로 인한 M&A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M&A의 대상이 되는 기업에도 유예기간 3년을 부여한다.
외투기업의 경우 환율의 변동성을 감안해 외국 모법인의 자산총액 산정 시 5년 평균 환율을 적용하며, '창업 1년 이내' 기준을 초과하는 창업기업도 중소기업 졸업 유예기간 3년을 인정한다.
중기청은 이번 개편안으로 중소기업 지위 유지를 위한 근로자, 자본금 등의 인위적 왜곡 가능성이 낮아져 고용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을 기피하는 일부 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최소화하고, 중소기업 범위와 관련한 현장의 손톱 밑 가시가 제거돼 M&A도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실질적으로 성장한 기업이 정책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업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강화되고, 기준 단순화의 결과로 공공구매·세제감면 등 중소기업 여부 확인을 위한 행정비용도 대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지방 중기청이 공공구매 목적으로 발급한 중소기업 확인서는 4만4000건에 달한다.
중기청은 내년 상반기 중 '중소기업기본법령'을 개정하고 중소기업기본법을 준용하는 법령·정책 선별방식의 부처별 추진 방향을 확정한다.
현재 법률 56개, 시행령 46개 등 총 102개 법령이 중소기업기본법에 의한 중소기업을 준용해 분야별 육성·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중앙부처 14개는 10조9000억원을 중소기업기본법에 의한 중소기업에 지원했다.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은 오는 2015년부터 적용하되, 기준 개편으로 인해 졸업하는 기업은 유예기간 3년을 부여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현오석 부총리는 "중소기업의 범위는 중소기업 정책의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현재는 근로자 수, 자본금 등 생산요소 투입 규모로 중소기업 여부를 판단하고 있어 기업의 성장성이 중소기업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개편 이유를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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