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요즘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검색어 중 하나가 '10년 후 유망직업'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얼마전 '10년 후 직업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개발원은 2012년도(관리직,경영재무,서비스 등)에 조사한 203개 직업과 2013년도(건설,엔지니어, 생산 등)에 조사한 209개 직업 등 총 412개 직업에 대해 각 직업별로 현직과 직업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그 결과 10년 후 전망이 가장 좋은 직업은 경영지도 및 진단 전문가로 나왔다. 소음진동환경기술자 및 연구원, 에너지시험원, 에너지공학 기술자 및 연구원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20위 안에는 애니메이터 및 만화가, 기획 및 마케팅사무원, 화장품 연구원, 해외영업원 등도 포함됐다. "경영지도 및 진단전문가라는 직업이 뭐냐" "정말 10년 후 유망직업이 될 것인가" "이공계 비중이 많다" "공무원, 판검사, 의사, 변호사는 왜 빠졌나" "유망직업을 얻는 방법은 뭐냐"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통념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은 조사방식에 기인한다. 이번 조사는 각 직업별로 5년 이상 현직자와 관련분야의 직업전문가 등 총 40명이 참가해 7개 영역별(보상, 일자리수요,고용안정,발전가능성,근무여건,직업전문성,고용평등)로 평가를 해 종합순위와 각 영역별 순위를 매긴 결과물이다. 평가기준은 현재와 비교해 10년 후에 어떻게 변할 것인가이다.
현재 임금수준이나 고용안정이 낮은 상황에서 10년 후에 전망이 밝다면 상대적으로 더 유망한 반면에 현재나 10년 후나 별 차이가 없다면 덜 유망한 것으로 평가된다. 변호사,의사 등의 경우 고소득 전문직종이지만 내부경쟁이 심해져 보상, 일자리수요,고용안정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개발원이 2006년 11월에 내놓은 '10년 후 유망직업'에서 10년 후 임금수준이 악화될 직업 30위 안에는 변호사, 법무사, 간호조무사 등이 포함됐다 (상위에는 노점상, 주유원, 계산원, 방문판매원, 매장정리원 등이 포함됐다).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서도 안된다. 이번에 1위를 차지한 경영지도 및 진단전문가라는 직업이 화제가 되자 일부 업체들은 경영지도사 자격증의 홍보로 이용하고 있다. "경영지도사는 기업의 주치의로 전망이 밝으니 자격증부터 반드시 따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지도사는 국가자격증이긴 하나 의무사항도 아니고 기업현장에서 아직 정착되지도 않았다. 고소득 전문직이 되려면 고학력에 풍부한 현장경험이 바탕이 돼야 한다. 다른 '유망직업'들도 다년간 학문적 수업과 현장경험을 쌓아야 그나마 그 직업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2006년에 10년 후 임금수준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된 직업은 컴퓨터보안전문가였는데 소속(대기업, 중소기업, 프리랜서), 고용형태(정규직, 비정규직), 숙련정도에 따라 임금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 '10년 후 유망직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보니 채용시장과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씁쓸함을 자아낸다. 이참에 동종업계 기자들과 함께 "기자는 10년 후 유망직업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나 나눠봐야겠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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