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국회에는 무서운 초선 의원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고, 다른 한 명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로 함께 나갔었다. 당시 안 의원이 중도에 사퇴하면서 단일후보로 문 의원이 당시 박근혜 후보와 마지막까지 경쟁을 펼쳤지만, 고배를 마셨다. 두 사람은 초선 의원이지만, 정치 거물로 불린다. 이들이 대선 패배 1년만에 다시 전면에 나섰다.
안 의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창당을 선언했다. 안 의원의 궁극적 목표는 대권이다. 아직 무소속이지만 신당을 만든다면 단번에 제1야당으로 만들어낼 만큼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특유의 모호함으로 가득찬 말들을 쏟아냈다. 그가 지향하는 정치는 '삶의 정치'라고 했고, 그것은 "기본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정치개혁을 비롯한 경제, 사회, 교육 분야의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정의와 공정을 역설하기도 했다. 어떤 단어, 어떤 문장 하나도 정치인들의 입을 떠나보지 않은 것들이다. 뻔한 소리란 말이다.
다음 날 문 의원도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문 의원은 기자들과의 저녁식사에서 "(2017년 대선 도전의) 기회가 오면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기대에 못미친다", "성과와 실적에 대해 아쉽고 불만스럽다"는 쓴소리를 뱉았다. 특히 "공안정치하는 무서운 대통령", "자꾸 야당탓만 하는 게 문제", "정권의 정통성, 정당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등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 지도부의 목소리와 별 다를 게 없다. 이 역시 뻔한 소리다.
두 사람의 이 뻔한 말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모두 내년 지방선거용이란 것이다. 안 의원은 지방선거에 "최선을 다해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신당의 첫번째 목표는 지방선거에서 가능한 많은 단체장을 차지하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안 의원이 주창하는 '삶의 정치'를 얼마나 전파하고 유권자들을 설득할 지는 남은 몫이다. 무엇보다 안 의원과 정치철학을 공유할 참신한 인물을 얼마나 영입하느냐가 관건이다.
문 의원의 대선도전 발언도 지방선거를 염두에 뒀다. 민주당 친노(친노무현)계를 대표하는 그가 '지방선거부터 대선까지 다시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를 깔아놓았다는 것이다. 김한길 대표가 여당과의 협상을 통해 대치정국을 푸는 성과를 낸다면 민주당내 권력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안철수 신당이 출범할 경우 벌어질 야권재편에 대비해서도 친노진영의 규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포석에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민생이다. 안 의원을 '국회의 어린왕자', 문 의원을 '대선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폄하하는 목소리가 사라지려면 무엇보다 민생을 위한 정치행보가 뒤따라야 한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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