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요즘 미국 월스트리트는 최근 경제지표가 너무 좋게 나와 걱정이다. 경제회복이 안정궤도에 올라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류 변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그동안 대세로 자리 잡았던 내년 '3월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전망'에 균열이 생기면서 '1월 테이퍼링'이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5일(현지시간) 발표된 경제지표도 긍정적이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2만3000건 급감해 29만8000건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32만5000건보다 훨씬 감소한 수치다. 9월 첫째 주 이후 3개월여 만의 최저 수준이기도 하다. 물론 지난주 추수감사절 휴일에 따른 착시현상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도 고용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는 확인된 셈이다.
상무부에서 발표한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 분기 대비 3.6%(연율 환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도 지난해 1분기 이후 최고 기록이다.
하루 앞서 나온 고용조사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지난달 민간부문 신규 취업자 수나 신규 주택 판매도 예상을 웃돌았다.
그 결과 성급한 테이퍼링에 부정적이었던 FRB의 내부 기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나 재닛 옐런 차기 의장 지명자 모두 비둘기파에 속하지만 이들은 “경제회복을 믿을 만한 지표로 확인한다면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전문가들도 FRB 내부의 기류와 최근 경제지표 흐름을 종합해 테이퍼링 시기를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요즘 고개를 드는 것이 '1월 테이퍼링' 전망이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시기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 그런 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렇다고 내년 3월까지 다달이 850억달러(약 91조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는 것도 무리다. 따라서 그 중간인 1월 FOMC가 시기적으로 유력하다.
JP모건 펀드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전략가는 “12월이라면 너무 가깝고 3월이라면 너무 먼 것 같다”면서 “1월이 유력할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월스트리트의 다수 의견이 아직 3월이라며 6일 발표될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논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와 분석가들이 테이퍼링 시기를 놓고 다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결국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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