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에서 최근 불거진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과 북핵 공조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중·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문제에 대해선 양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중국 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고위 당국자가 브리핑을 통해 “시 주석과 바이든 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상당시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특히 “바이든 부통령과 시 주석은 최근 며칠간 나왔던 일부 언론보도와 관련해 북한의 내부 상황을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장 부위원장 실각설과 이에 따른 북한의 내부 권력구조 변화, 한반도와 주변국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상당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영국에서는 장 부위원장의 실각에 젊은 엘리트 그룹이 배후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런 가능성이 있다며 김 제1위원장과 측근 젊은 엘리트들 사이에는 언젠가 장 부위원장을 쳐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양측은 이란과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간 핵협상 잠정 합의를 거론하면서 이를 북한 핵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회담에서는 이란의 사례가 북한 문제에 시사하는 바와 관련한 대화가 있었다”면서 “압박과 대화, 국제사회의 단합 등이 이란 핵협상의 타결을 이끌어냈다는 인식하에 이런 처방을 북한 문제에 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실질적인 결론을 도출해야 하고, 북한의 선택을 압박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대화했다”고 전했다.
한편 바이든 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중국이 최근 선포한 ADIZ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ADIZ는 중국 정부의 고유 권리라는 기존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측은 양국관계가 신뢰에 기초해 발전돼야 하며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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