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빗나간 수요예측 비극적 결말…혈세(血稅) 줄줄

시계아이콘02분 2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리면 바트(BART, 경전철)를 만난다. 도심까지 한 번에 가는 것은 물론 샌프란시스코 곳곳의 카운티를 연결하는 칼트레인(Caltrain)과 연계돼 편리하다. 1970년대 중반 다니엘 맥파든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수요예측조사를 위해 이산선택모델(discrete choice model)을 도입했다.


출퇴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총 6가지의 교통수단을 이용한 출퇴근 방법을 세밀하게 비교 · 분석했다. 2가지 방법은 BART를 가정한 교통수단이었다. 이산선택모델로 분석한 수요 예상 치와 실제 BART 경전철 건설 후에 나온 결과는 거의 비슷했다. 이산선택모델은 표본조사에 기초해 다수의 선택지, 각각의 속성이 갖는 중요성을 수치로 계산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았다.

#2007년 3월 개통된 인천공항철도의 이용객이 당초 예측한 수요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정확한 것을 넘어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정부는 민간 사업자에게 하루 수억 원씩 운영수익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 2009년 853억원을 들여 만든 월미은하레일. 안전 검사 결과 차량, 궤도, 교각, 토목 공사 등 전 분야에서 결함이 발견돼 운행 불가 판정을 받았다. 부실공사 때문에 개통도 못했다. 월미은하레일은 철거 검토 중이다. 철거비용에만 약 250억원이 들어간다. 월미은하레일이 철거된다면 1100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도로와 철도, 공항 등 지역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치밀한 수요예측조사와 타당성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대충대충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자치선거가 있어 남발성 공약으로 또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종우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6일 '계량분석을 통한 공공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검증 및 효율성 제고'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사회간접자본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거나 심지어 폐쇄 여부를 검토 중인 것이 많다"며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는 물론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소운영수입보장의 덫=우리나라의 경우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이 계약을 체결할 때 자체수입으로 운영비가 최소 예상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를 보전해 주기로 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MRG)을 맺었다.


사회간접자본 자체수입으로 충당하지 못한 운영비용은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로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정부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던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를 지난 2009년이 돼서야 전면 폐지했다. 그동안 MRG로 인해 수조원의 혈세가 낭비된 뒤였다.


◆곳곳에서 줄줄 새는 혈세=지난 2007년 3월 개통된 인천공항철도의 이용객이 당초 예측한 수요의 10%에도 못 미쳤다. 정부는 민간 사업주에게 하루 수억 원씩 운영수익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의 운임수입 실적이 5년 평균 예상운임 수입의 6.5% 밖에 안 되는 등 정부의 수요예측이 부정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평균 운영보조금은 지난 2007년 3억6620만원, 2008년 4억5644만원, 2009년부터는 12억6300만 원으로 불어나 오는 2040년까지 총 공사비 4조995억원의 세 배가 넘는 13조8000억원의 적자를 세금으로 민자 사업자에게 보조해 줘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빗나간 수요예측 비극적 결말…혈세(血稅) 줄줄 ▲10년동안 지불한 민자 최소운영수입보장 현황.[자료제공=아산정책연구원]
AD


지방공항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예천공항은 총 386억원을 들여 신청사까지 마련했으나 중앙고속도로의 개통과 고속철도의 등장으로 민간공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지금은 공항이 폐쇄되고 공군이 사용 중이다. 목포, 광주공항 역시 고속철도의 등장으로 승객이 감소해 공항의 적자경영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고 목포공항은 무안공항 개항 이후 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청주공항은 당초 김포공항을 대체할 새 국제공항으로 계획됐으나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관계로 인천국제공항에게 신공항의 자리를 넘겨줬다. 정부는 매년 50억원의 적자를 내는 청주 공항의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되고 말았다


◆다시 세금 낭비 시대 오고 있다=대부분 지방 도로, 철도, 공항 등의 SOC 사업은 지방자치선거 때마다 봇물 터지듯 제시됐다.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앞 다퉈 지역 SOC 공약을 남발한 것이다. 내년에 지방자치선거가 있다. 또 어떤 공약들이 대책 없이 나올 것인지 벌써부터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한 타당성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 중의 하나로 김종우 연구위원은 '계량분석'을 제시했다.


계량분석은 경제 이론, 수학, 통계학을 토대로 한 경제학의 한 분야로 현실성이 입증된 함수 관계를 각종 경제 현상의 구조 분석과 예측에 이용해 정책사업의 추진에 앞서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분석 기법이다. 국토, 복지, 교육, 의료 산업 등 각 분야에서 국가가 수행하는 대규모 공공 투자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사업의 필요성, 효율적 유지관리, 경제성 등을 치밀하게 검토해 투자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계량분석은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해결방식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중요한 공공정책 사업에 있어서 계량분석은 현재로선 가장 적합한 타당성 검증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사회간접자본 건설계획에 대해서는 2~3개 전문연구기관이나 대학이 계량분석을 독립적으로 수행해 타당성 검사와 검증 절차를 거쳐 비슷한 수요예측 결과가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