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미국 국가안보국(NSA) 통신감청 의혹에 이어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법원의 영장없이 돈을 주고 미국인의 통화기록을 열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NSA가 광범위한 도청 등을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CIA까지 같은 일을 해왔다는 게 드러나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CIA가 연간 1000만달러(106억1000만원) 이상을 내고 통신사업자 AT&T의 통화기록 등을 열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복수의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CIA의 AT&T 통신기록 열람은 국외 테러방지 명목이었다면서 열람한 기록에는 미국인들의 국제통화 내용도 들어있다고 전했다.
NYT는 CIA와 AT&T 간의 이러한 협력은 회사 측이 참여하도록 하는 법원의 영장과 소환장 등 정당한 공권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양 측의 편법적인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CIA가 해외 테러 용의자의 전화번호 등을 제공하면 AT&T는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용의자의 상대를 추정할 수 있는 통화 일시, 분량, 상대방 전화번호 등의 내용을 CIA에 넘겼다.
고위 정보 관계자는 CIA의 통신기록 조회, 도ㆍ감청 관련 활동은 NSA와 일부 유사한 것이 있으나 CIA는 해외 테러 용의자의 통화 패턴을 체크하는 자체 프로그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외 테러 활동 등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법원의 영장 등과 같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면 시간이 지연된다는 점에서 정보기관들이 편법으로 이런 활동을 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AT&T가 국가 정보기관에 이러한 형태로 협력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ㆍ11 테러’ 이후 AT&T는 테러 방지 목적 차원에서 NSA에 통신 관련 정보를 넘겨왔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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